베치우 대주교 伊가톨릭방송 회견 "프란치스코, 난민 통합 누차 강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효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전 세계적인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도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청 국무 부장관을 맡고 있는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는 1일 이탈리아 가톨릭방송인 TV2000과의 회견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연히 우려가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야지, 벽을 세워서는 안된다"며 "모든 기독교인들은 이런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치우 대주교의 이런 발언은 지난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출신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초강경 행정명령으로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 놓은 후 바티칸 고위 관계자 사이에서 나온 최초의 반응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 장관에 이어 교황청 서열 3위다.
베치우 대주교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합할 것을 누차 강조해왔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2월 멕시코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시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이던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과 관련,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교황이 공개로 나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즉각 반발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달 20일 스페인 일간 일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오늘날 세계 정치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과거 독일을 파멸로 이끈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의 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트럼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사람을 일찍부터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두고 보고, 그런 다음에 평가하자"고 말했다.
한편, 빈자와 약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 각국에 기아와 전쟁을 피해 고국을 등진 난민들을 환대할 것을 촉구하고, 작년 9월 교황청 조직 개편 당시 난민 문제를 직접 챙기기로 결정하는 등 평소 난민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3년 즉위 이래 로마 바깥의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관문인 람페두사 섬을 선택했던 교황은 작년 4월 난민들의 주요 행선지 중 한 곳인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방문했을 때에는 현지에 체류하던 난민 가족 등 시리아인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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