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행정명령, 美대학에 수천억대 손실"…대학가 반발

입력 2017-02-02 09:46  

"反이민 행정명령, 美대학에 수천억대 손실"…대학가 반발

이슬람권 7개국 출신 1만7천여명…다른나라 출신에도 타격 확산우려

존스홉킨스·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도 "퇴보" 비판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미국내 주요 대학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권 7개국 국민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 행정명령으로 인해 수억 달러(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수업료 등 대학 재정수입과 인재 확보에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집계된 104만여 명의 미국내 대학 유학생 가운데 입국 금지 대상인 이슬람권 7개국 출신 학생은 총 1만7천354명으로 약 1.7%의 비중을 점했다.

국제교육재단(IIE)과 미 상무부 통계를 보면 이슬람권 7개국 학생이 미국 대학에 지출하는 돈은 5억5천600만 달러(6천422억 원)에 달한다.

이슬람권 7개국 학생 249명이 등록한 노스이스턴 대학의 마이크 아르미니 대변인은 "행정명령이 장기간 지속할 경우 어떤 여파가 있을지 기본적인 모델을 만들고 있다"면서 "분명히 대학교육에 영향을 준다. 특정국가 출신 학생들을 뽑을 수 없게 되면 무언가 잃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7개국 출신이 많은 대학은 텍사스A&M 대학(271명), 서던캘리포니아(USC) 대학(252명), 센트럴플로리다 대학(224명) 등이다.

텍사스A&M 대학의 에이미 스미스 대변인은 이들 7개국 출신 학생들에게 미국 외로 여행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학업을 마칠 때까지 미국내에 그대로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발이 묶인 학생들에게는 원격으로 도움을 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들의 더 큰 걱정거리는 이슬람권 7개국 출신 학생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반 이민 행정명령으로 이들 외에 다른 나라 학생들까지 미국 유학을 덩달아 포기하는 사태가 잇따를지 더 우려하고 있다.


올해 가을학기부터 유학생 등록률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IE의 앨런 굿맨 회장은 "특정국가 출신 학생들에 대한 직접적 영향을 뛰어넘어 다른 나라의 연구자나 학생들에게까지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1천80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총장·학장 협의체는 지난달 31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 행정명령으로 대학사회가 느끼는 불확실성과 우려를 전달했다.

센트럴플로리다 대학의 데일 휘태커 교무처장은 "다른 나라에서 오는 유학생까지 광범위하게 동결하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지능형전력망을 전공한 이란 출신 연구자 한 명이 미국내 정치적 분위기가 우려된다며 최근 유학 의향을 철회했다.

미국 대학 소속으로 해외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4천여 명의 교수·연구진은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미국내 대학에서 글로벌 유학생 비중은 지난해 기준 5.2%로 10년 전(3.2%)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들이 지난 2년간 교육비로 지출한 자금은 328억 달러(38조 원)∼350억 달러(40조 원)에 달한다. 또 약 40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한편, 미국내 주요 7개 대형병원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뒷걸음질 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카트리나 암스트롱 수석의사는 "미국에 훈련하거나 일하러 오는 의료진을 막는다면, 우리 환자나 동료 의료진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명령을 비난한 주요 병원 중에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브리검 여성병원, 펜실베이니아 펄먼 의과대학 병원 등이 포함됐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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