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수천 채의 주택 신축 계획을 승인한데 이어 아예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국제적 논란이 예상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아비그도르 리버만 국방장관은 지난주 서안에 2천500채의 주택 신축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달 31일에는 3천채 신축안을 승인했다. 정부가 서안 아모나에 불법적으로 들어서 있는 정착촌 전초기지 시설을 강제 철거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주택 신축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에 주택 566채를 신축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주 사이 네 차례나 정착민 주택 신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승인된 전체 신규 주택이 6천채가 넘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1일 한걸음 더 나아가 서안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정착촌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정착촌 확장을 요구하는 우파 진영과 라이벌 정치인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긴 하지만 전례없이 대담한 약속이다.
그런가 하면 리버만 장관은 "우리는 유대-사마리아(현재 서안 지역)에서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시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욱 과감하게 맞서고 장래 팔레스타인 독립국이 들어설 서안에 정착촌 확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으면 즉각적인 비난 성명이 쏟아졌겠지만, 트럼프 정부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 진보 언론들은 네타냐후 정부가 바로 이점을 염두에 두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 여론은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건설한 정착촌뿐 아니라 서안 전체의 유대인 정착촌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계획은 "법적 타당성이 없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서안의 지위는 국제법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모호하다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유대인가정당' 출신 아옐렛 사케드 법무장관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지은 아모나 전초 기지를 비롯해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소급해 합법화려는 법안이 의회에 계류돼 있다. 이스라엘 사법부는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이지만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스라엘 정부의 거침없는 행보에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2국가 해법에 장애물이 될 어떠한 일방적 행동에 대해서도 경고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나빌 아부 루데이나 대변인도 이스라엘의 계획이 유엔결의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규탄하고 "적절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긴급 협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을 통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NN 방송은 전임 오바바 대통령과 확연히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스라엘 정책이 네타냐후 정부의 정착촌 확장 의욕을 부채질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미첼 바락은 뉴욕타임스에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팔레스타인과 평화를 모색하기 보다는 장차 유대국가의 파트너가 될 정착민들과 화해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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