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행정대집행 계고장…"강제 철거 어렵지만 다른 사용자 권리도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태수 기자 = 서울광장 보수단체의 불법 텐트촌에 초대형 성조기까지 등장하며 서울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수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1일 밤 불법 텐트 사이에 성조기를 높이 세웠다.
성조기는 높이 3m가 넘는 대형 텐트보다 훨씬 높은 깃대에 달려있다.
탄기국은 2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환영하는 차원에서 성조기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탄기국은 지난달 21일 신고 없이 무단으로 서울광장 가운데 불법 텐트 40여 개를 설치했다.
이들은 잔디광장(6천449㎡) 20%가 넘는 1천450㎡를 불법 점유 중이다.
회원들은 전날 새벽 평창올림픽 개최를 기념한 카운트다운 시계탑 설치를 방해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한다고 예고했지만, 탄기국 측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다.
서울시가 전날 오후 6시를 시한으로 한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냈지만 탄기국 측은 텐트를 철거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2일 "철거 요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이후 계획은 검토 중이다. 계고장은 2차, 3차, 4차를 계속 보낸다고 하더라도 1차 계고장 효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강제 철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대신할 수 있는 행위'만 대집행으로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안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대집행 대상이 아니다. 즉 텐트 내부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끌어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가 보수단체 텐트를 철거하려 해도, 탄기국 회원들이 안에서 버틴다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뜻이다.
탄기국 측이 관할 남대문경찰서에 24일까지 24시간 서울광장 집회 신고를 해 놓은 점도 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는 다만 집회 신고와 공유재산인 서울광장 사용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른 집회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원상복구 차원 대집행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장 사용 승인을 받은 다른 사용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4일에는 촛불집회를 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광장 사용 승인을 받아 사용료까지 납부했고, 8일에는 평창올림픽 시계탑 제막식이 예정되는 등 2월에만도 일정이 줄줄이다. 3월이면 잔디 심기도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는 일단은 1차 계고장을 보내며 자진철거 요청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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