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에 지방업체 고사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편의점산업이 정체에 빠진 가운데 지방의 중견 체인들이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3강의 위세에 눌려 속속 간판을 내리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수도권 북부 유통업체인 베이시아(Beisia)그룹 산하의 중견 편의점 세이브온(Save On)은 일본 3위 편의점 체인 로손과 지난달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500개에 달하는 모든 세이브온 점포는 간판을 로손으로 바꾼다.
세이브온이 2012년부터 80여개 점포를 먼저 로손으로 전환한 뒤 나타난 실적 호전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해당 점포들에선 여성고객이 늘고 매출이 평균 20~3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세이브온 측은 "편의점 업계가 과점화되고, 인구감소에 일손부족이 겹쳐 인건비도 뛰고 있다"고 간판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세이브온의 경우 전자화폐를 쓸 수 없는 점포가 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는 점포도 10% 정도에 머물러 편의점 3강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세이브온 외에도 지방의 중견 편의점과 편의점 3강과의 제휴는 계속되고 있다.
주고쿠지방의 포플러(poplar)는 2014년 로손과 자본업무 제휴한 뒤 일부 점포를 로손 간판으로 바꿨다. 수도권이 기반인 쓰리에프도 2016년 일부 점포를 로손으로 전환했다. 도카이 지역의 '코코스토어(Cocostore)'는 2015년 패밀리마트에 흡수합병돼 370개 점포가 패밀리마트로 개장했다.
이를 통해 일본 편의점 3강으로선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사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무작정 규모를 키우려고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통상적인 분점도 포함해) 2018년도 말에는 1만5천 점포까지 늘릴 전망이 섰다"고 말했다.
로손의 점포 수는 현재 1만3천개로 1만9천개인 세븐일레븐재팬, 1만8천개인 패밀리마트(작년 써클K·선크스와 통합 뒤 패밀리마트로 간판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에 이은 3위이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을 제치고 급성장하던 일본 편의점 업계는 저출산으로 본격적인 인구감소 사회가 되면서 성숙기에 접어들어 최근 대대적인 혁신과 재편을 통해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고객을 특화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편의점의 전체적인 고객 수는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자나 여성 고객들이 가정에서의 요리를 줄이면서 편의점 이용이 늘자 이들을 겨냥한 상품개발 경쟁이 뜨겁다.
고령자나 맞벌이 등 여성고객들이 이전에는 슈퍼마켓이나 식품전문 슈퍼 등에서 사던 반찬이나 소규모포장 청과물을 거주지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많이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서도 인터넷상거래 이용이 급증하면서 편의점은 물론 백화점이나 슈퍼 등 기존 소매유통업계는 커다란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매장이 아닌 클릭을 통한 장보기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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