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200원 넘다가 1,150원대로 급락…당분간 변동성 확대될 듯
미 금리 인상 등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전망 우세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지난해 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이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듯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환율 하락은 수출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다만 미국이 올해 수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경제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 1천200원 넘던 원/달러 환율…50원 넘게 떨어져
지난해 9월 7일 1,090.0원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 12월 28일 1,210.5원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 부양 공약 등으로 강달러 우려가 커지며 원화 가치가 계속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전일 종가보다 4.0원 떨어진 달러당 1,158.1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0일(1,150.6원) 이후 83일 만에 최저치다.
약세를 보이는 환율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달러가 너무 강하다"라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요동을 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기반으로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과 미국을 착취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외환시장에 즉시 영향을 줬고 전날 10.8원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12.1원 떨어진 1,150.0원에 개장했다. 급등세로 개장한 환율이 단 하루만에 급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5∼0.75%로 유지키로 한 데 이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내놓지 않으면서 달러화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 되살아나는 수출에 찬물 우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국내기업의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악재로 여겨진다.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일 때 수출하던 국내 기업은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1천200원을 받지만 환율이 달러당 1천100원으로 내려가면 1달러를 팔아도 1천100원을 받게 돼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한국 제조업 내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포인트(p) 상승하고 고용에도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내려가면 반대가 된다.
이에 따라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겨우 살아나고 있는 우리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03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같은 달보다 11.2% 오르며 4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회복했다. 오랜 겨울잠에서 깨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은 셈이다.
다만 이런 상승세가 지속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마저 하락세를 보이면 수출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중장기 달러 강세 예측 속 당분간 변동성 확대될 듯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 약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 FOMC 이후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시적인 실망감에 환율이 내려갔지만 단기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의 금리 인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에 따른 경기부양 등을 고려하면 큰 방향은 달러 강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까지 너무 올라갔던 측면이 있는데 트럼프의 발언 등이 모멘텀이 됐고 미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달러 수급상 큰 변화나 특별한 요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가 다시 시작되면, 즉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측 압박으로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가 각각 10% 절상돼 중국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0.4∼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환율의 방향보다는 변동 폭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변동성 확대가 경영에 더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 팀장은 "달러 강세 기조는 계속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나 발언은 달러 약세를 시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당분간 달러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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