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가을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서 열려온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좌초 위기에 놓이며 뒷말이 무성하다.
매년 2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온 경남도가 콩쿠르를 주관해온 통영국제음악재단 측과 아무런 상의 없이 갑자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올해 진행되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제'와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문화예술계는 국제적 위상이 높은 콩쿠르의 중단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윤이상평화재단'이 올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원 중단의 원인이 이념 논란에 휘말려왔던 윤이상의 행적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낡은 이념 논란이 재현될 때마다 늘 빠지지 않는 윤이상.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윤이상 평전-거장의 귀환'(삼인 펴냄)은 그간 찬사와 비난,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온 그의 음악과 삶을 자세히 조명한 책이다.
통영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청년 시절, 유럽에서의 유학 생활 등 오랜 시간 베일에 가려졌던 윤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담았다.
특히 죽마고우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했던 이야기, 훗날 이를 이유로 1967년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독일 사보이 호텔에서 서울로 납치돼 고문과 옥고를 치렀던 과정, 이후 줄이었던 세계 예술가들의 구명운동과 독일 정부의 한국 정부 압박 과정, 해외에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내용 등이 상세하게 기술됐다.
저자는 "윤이상은 남한과 북한, 동양과 서양의 두 세계에 몸담아온 특이한 존재였다. 그는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 사이를 거닐었다.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사유의 뜨락을 넓혀나갔다. 빛깔과 무늬가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의 음악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장인 기질의 소유자였다"라고 평가한다.
박선욱 지음. 608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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