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권위주의적 지도자들 "트럼프는 내 스타일"

입력 2017-02-02 13:34  

지구촌 권위주의적 지도자들 "트럼프는 내 스타일"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핵미사일 발사를 위협한 것을 볼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미국의 새 행정부와 타협할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달 25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지구촌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조성된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를 국가 목적 증진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티머시 가튼 애시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놓고 세계 곳곳의 민족주의자들이 트럼프식 통치에 만족을 표하는 '새로운 민족주의의 시대'가 왔다고 규정했다.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을 비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창녀의 아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자 재빨리 축하 인사를 보냈다.

지난해 6월 트럼프가 이슬람교도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타워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라고 지시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입장을 바꿔 "트럼프 대통령과 지역 문제 등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권문제나 군사 쿠데타를 둘러싼 미국의 비난에 속상해했던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침묵을 지키면서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그의 지도력을 환영하고 있다.

인권 탄압 정책을 펴며 카자흐스탄의 종신 대통령을 꿈꾸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카자흐스탄 독립 25주년을 축하하면서 독립 이후 자신이 이룩한 기적을 치하했다고 자랑했다.

유럽의 민족주의자들도 전쟁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는 유럽 대륙에 미국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커다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환호하고 있다.

세계의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세계 질서를 타파하겠다는 그의 언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핵 문제 해법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나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탄압과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ysk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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