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미국 연구진 "빈 속에 먹었다가 숨져" 섭취 제한 권고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동부에서 수십 년간 해마다 어린이 100여 명이 의문사한 원인이 공복에 먹은 열대과일 '리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일 인도 언론과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인도 동부 비하르주 무자파르푸르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보이더니 뇌가 부어올라 의식을 잃고 급기야는 숨지기까지 한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2014년 5∼7월에만 390명의 어린이가 이런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이 가운데 122명이 사망했다.
이런 사고는 기온이 올라가는 5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몬순(우기)이 시작되는 7월 말이면 사라졌다.
인도 질병 당국은 20여 년 전부터 이 질병의 원인을 추적했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열사병 또는 쥐나 박쥐가 옮긴 전염병이라거나 이 지역에 많은 리치 농장에 사용된 농약 때문이라는 등의 주장이 나왔지만, 꼭 들어맞지는 않았다.
이들 어린이는 열도 없었고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지도 않아 세균 등에 감염된 것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었다.
인도 전염병기구 IEIS 소속 라제시 야다브 박사 등 인도와 미국 연구진은 2014년 이들의 사망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숨진 어린이 대부분이 빈곤 가정으로 저녁을 거르고 공복 상태에서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리치를 먹은 사실을 확인했다. 무자파르푸르는 인도 전체 리치의 70%를 생산하는 곳으로 곳곳에 리치 농장이 널려 있다.
연구진은 리치에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하이포글리신' 성분이 들어 있는데 애초부터 끼니를 거르고 저혈당 상태의 어린이들이 리치를 먹음으로써 혈당치가 급격히 낮아져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어린이들의 소변에서는 비정상적일 만큼 과다한 하이포글리신이 검출됐다.
인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에게 조사 결과를 알리고 어린이들에게 항상 저녁을 먹이고 리치 섭취를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에는 종전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가 연간 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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