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일 만에 최저…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 수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이 떨어지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달러당 1,146.8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1.3원 떨어졌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1,207.7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사이에 60.9원 급락했다.
또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8일(1,135.0원) 이후 86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확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작년 11월 9일(종가 1,149.5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1원 내린 1,152.0원에 출발했고 한때 1,145.4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5∼0.75%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FOMC 성명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찾을 수 없었다.
이른 시기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신호를 기대했던 금융시장에서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이는 달러화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작년 말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오는 6월 이후에야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조작' 발언이 달러화 약세에 계속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믿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작년 11∼12월에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국제통화시장이 좌우되면서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하단을 조금 더 열어놔야겠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가는 방향이기 때문에 1,100원 선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1,018.14원으로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3.20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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