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신생아 진료체제' 무너져…2차병원 의사 못 구해

입력 2017-02-03 06:32  

중소도시 '신생아 진료체제' 무너져…2차병원 의사 못 구해

순천향구미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폐쇄 이어 외래진료도 손 놓아

(구미·김천=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중소도시에 신생아 진료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순천향대 구미병원이 올해 들어 경북 도내 유일한 신생아중환자실(집중치료실) 문을 닫은 데 이어 신생아 외래진료마저 사실상 중단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전공의가 부족해 3개월 미만 신생아를 진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갓 태어난 아이 진료 못 받아…부모 '발 동동'

의료계에서 신생아는 태어난 지 1개월 미만 아이를 일컫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 미만까지 신생아로 간주해 진료한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체중 2.5㎏ 이하 미숙아 또는 고위험 신생아를 인큐베이터에서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순천향대 구미병원과 양대 축인 2차 의료기관인 구미차병원은 이미 5년전 신생아중환자실 문을 닫았다.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이 없는 구미에는 두 병원이 신생아 치료에 보루였지만 이제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갓 태어난 아이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부모와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 병원 간호사도 신생아 대도시로 보내






구미는 인구 42만명, 평균연령 36.5세인 젊은 도시라서 국내 중소도시 중에는 출산 및 신생아 비중이 큰 편이다.

그러나 신생아 중환자는 물론 신생아 외래환자, 32주 이하 미숙아 등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차 의료기관이자 의사 3∼4명이 진료하는 아동병원처럼 3개월 이상 소아만 진료하거나 3개월 미만 신생아는 콧물·기침 감기 정도만 진료하고 열이 나면 대구 시내 대학병원으로 보낸다.

인근 김천·상주 신생아도 당연히 구미로 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조차 출산한 신생아를 이 병원에서 진료하지 못해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보냈다.



◇ 신생아 진료는 기피 부서 1위

3개월 미만 신생아는 3개월 이상 소아와 비교해 면역기능이 다르고 한 발짝 일찍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 등 고도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신생아 진료공백 이유는 전문의와 전공의(레지던트) 부족 때문이다.

전문의를 고용할 병원 재정이 안돼 신생아중환자실 문을 닫은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신생아실 근무를 의사 사이에서 가장 기피해 웬만한 보수에도 오지 않는다.

미세한 시술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전문의 이상으로 잘해 전공의는 신생아 진료 및 중환자실 운영에 필수라고 한다.

순천향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국회를 찾아가 구미 의료계 상황을 설명하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숫자를 줄여선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보건복지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 소아과 의사 감원정책…의료공백 초래







순천향대 구미병원에는 현재 소아청소년과 교수 4명과 전공의 2명, 구미차병원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명이 근무한다. 2차 의료기관인 김천제일병원에는 전문의 2명이 있다.

순천향대 구미병원은 수년 전까지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원 6명과 전공의 6명이 근무했지만 해마다 1∼2명씩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2년간 전공의 정원구조 합리화 정책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3명을 감원함에 따라 중소도시에 근무할 전문의·전공의 자원이 줄었다.

이로 인해 순천향대 구미병원이 37년간 운영한 신생아중환자실 문을 닫은 것이다.

순천향대 구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희경 교수는 "신생아는 신경을 써서 세밀하게 진료해야 하므로 신생아실에 전담 의사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썬 아동병원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진료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소아과 전공의 수급조절을 통해 신생아와 신생아 중환자를 진료할 체제를 다시 갖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젊은 부부들이 구미 등 중소도시를 떠나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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