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를 둘러싼 인도네시아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인도네시아 민주당 총재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하고 현 정부가 자신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그들이 정말로 내 통화 명세를 갖고 있다면 이는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면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로이 수르요 민주당 부총재는 "유도요노 전 대통령이 작년 9월부터 정부내 소식통을 통해 자신이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유도요노 전 대통령이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아들을 당선시키려고 조코위 대통령의 측근인 현 주지사에게 '신성모독' 누명을 씌웠다는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구인 울레마협의회(MUI)는 중국계 기독교인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현 자카르타 주지사가 작년 9월 대중연설 중 이슬람 경전 쿠란을 언급해 신성모독죄를 저질렀다고 판정했다.
무슬림 강경파는 이를 빌미삼아 작년 11월부터 자카르타 도심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거듭 열어왔다. 결국 아혹 주지사는 이례적으로 선거 기간에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아혹 주지사 측 변호인단은 유도요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마루프 아민 MUI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혹 주지사에 대한 신성모독 판정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아민 의장과 통화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의례적 내용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와 그의 아들인 아구스 하리무트리 유도요노는 작년 말에도 무슬림 정당과 단체를 배후조종해 '반(反) 아혹' 시위를 조장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유도요노 전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의혹에 대해 "법정에서 한 발언은 법원에서 해결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이달 15일로 예정된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는 아혹 주지사와 아구스 후보, 아니에스 바스웨단 전 고등교육부 장관 등 3명이 출마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혹 주지사는 작년 초 6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추락했지만, 현재는 30%대 후반으로 회복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구스 후보와 아니에스 전 장관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이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아혹 주지사가 중도낙마해 대권 도전의 디딤돌인 자카르타 주지사직을 야권에 빼앗길 경우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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