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른바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의 논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가 고대사다.
양측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고조선과 한나라의 경계였던 패수(浿水)와 고조선의 마지막 도읍이었던 왕검성의 위치 등을 놓고 논리 싸움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고대사 논쟁에서 재야사학계가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바는 우리나라의 영토가 강단사학계가 규정해온 영역보다 훨씬 넓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강단사학계는 패수가 압록강 혹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훈허(渾河)라고 보는 반면, 재야사학계는 훈허에서 서쪽으로 약 400㎞ 거리에 있는 허베이(河北)성 롼허(난<삼수변+欒>河)라고 말한다.
재야학자들은 고대국가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한정하는 강단사학계의 시각을 식민사학의 영향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강단사학계는 작년부터 토론회와 시민강좌 등을 통해 재야사학계가 펼치는 주장의 맹점을 반박하고 있다.
역사비평사가 출간한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도 강단사학계의 재야사학 비판을 담은 책이다. 지난해 젊은 역사학자들이 계간지 '역사비평'에 실었던 논문들을 보완하고 다듬어 펴냈다.
젊은 역사학자들은 재야사학계가 하는 학문을 역사학인 듯하지만 역사학이 아닌 '사이비역사학'으로 간주한다. 실증적이지 않은 학문을 통해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경량 가천대 강사는 "사이비역사학의 특징은 우리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조, 광대한 고대 영토에 대한 집착, 음모론"이라며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지속적인 선전선동으로 광범위한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이비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문헌적·고고학적 증거를 대지 못하고, 그 주장을 부정하는 반증 자료에 대해서는 식민사학자들이 날조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탄한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위가야 씨는 재야학자들이 보고서에서 전체 내용과 배치되는 일부 문장만 인용하거나 지도에 있는 지명을 잘못 읽는 등 사료를 왜곡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또 안정준 경희대 연구교수는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사실이 고고학적으로 명확한데도 낙랑군 요령설을 외치는 재야학자들은 강단사학계의 주장을 '식민사관-이병도-학계'로 이어지는 가공의 식민사관 프레임으로만 해석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재야학자들이 흔히 언급하는 민족주의 사학과 식민사학의 대립 구도는 한마디로 사기"라면서도 "고대사 전공자들도 기존의 연구 방법론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31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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