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어語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고독한 대화 = 1992년 등단해 동시·동화까지 폭넓은 작품활동을 하는 중견시인 함기석(51)의 시산문집. 시와 산문 사이에 있는 208편의 글에 시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시인에게 시는 "감각의 동굴로 들어가는 절벽이고 절벽에서의 두려운 번지점프"이자 "늙지 않는 샘물", "비애와 희열을 동시에 선물하는 산타클로스"다. 시인은 "자신을 터트려 망각된 시간, 망각된 감각, 망각된 잠을 깨우는 폭약"이며 "일생을 죽음 쪽으로 던져 삶에 닿으려는 격렬한 폭포"다.
수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에 걸맞은 시론도 실렸다. "제논의 역설 중 가장 유명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0과 극한의 부재인식 때문이다. 0이 없는 세계는 극한값도 없는 세계다. 시는 0의 세계이자 극한의 세계이고, 인간과 세계와 우주를 0으로 나누는 불온한 나눗셈이다."
난다. 444쪽. 1만5천원.
▲ 받아쓰기 =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김유진(36)의 에세이.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해 각국 문인들과 함께 창작·토론한 2015년 8∼11월의 일기를 엮었다.
미국 중서부 낯선 땅에서 모인 시인·소설가·번역가 30여 명의 일상을 그림과 함께 담담하게 기록했다. 1994∼1996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최승자 시인이 추천사를 썼다.
난다. 220쪽. 1만3천원.
▲ 망상, 어語 = 두 팔이 없는 남자가 의사를 찾아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의사는 남자가 양팔과 휴대전화를 동시에 잃어버린 뒤 세계와 자신의 경계가 뒤섞인 건 아닌지 망상한다. 이미 잃어버린 팔다리가 아직 있는 것처럼 느끼고 고통까지 겪는 '환상지통'의 현대판 변형일 수 있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김솔(44)의 소설집. 1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소설 36편에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상사를 담았다.
문학동네. 296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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