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트럼프' 푸틴과 '리틀 푸틴'의 만남…서방 제재 해제 한목소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외국 방문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리더십을 극찬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이날 만난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적들로부터 '리틀 푸틴'이라는 비판을 받는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가 개입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는데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사실상 실패했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방문에 앞서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지난달 27일 EU의 경제제재가 목적 달성에 실패했고 헝가리는 67억 달러 상당의 수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전 세계가 미국, 러시아의 관계가 어느 범위에서 얼마나 깊게 형성될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 러시아의 관계 변화가 세계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압박이 유럽에서 사라지면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측이 좀 더 용기를 내서 제재와 관련한 새로운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친러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했고 양국은 전화 회담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등 '스트롱맨'들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와 갈등이 깊었던 헝가리는 트럼프 정부에서 대미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가 미 대선 결과가 나온 뒤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면서 오바마 정부 때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고 말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나도 미국의 골칫거리였다"는 농담으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한편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 헝가리 정상회담과 관련해 '돈독한 개인적 유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이 헝가리를 방문한 것은 2015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오르반 총리는 1년 전 러시아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모두 6차례 만났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 연장, 러시아 업체의 헝가리 원전 건설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 등을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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