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보름] 민주 각료 이어 대법관 인준 저항..'내전' 양상

입력 2017-02-03 07:00   수정 2017-02-03 07:13

[트럼프 취임 보름] 민주 각료 이어 대법관 인준 저항..'내전' 양상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3일(이하 현지시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보름을 맞이하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벌써 탄핵을 언급하는 민주당 소속 연방의원이 나타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는 연방공무원들의 집단 지시이행 거부 사태도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이슬람권 7개국 출신 난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한다는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일이 발단이 됐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명분이었지만 이슬람권 국가 출신 미국 영주권자를 비롯한 합법적 이민자나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도왔던 사람들의 입국마저 막혀버리는 일이 생겼고, 결국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기반을 뒤흔들었다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먼저 초대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의 인준 절차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항의 표시를 시작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후보자가 표적이 됐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민주당 연방의원도 나왔다.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하원의원은 지난 1일 인터넷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연방법원 판사의 결정을 무시하도록 지시한다면 의회는 불신임과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주 연방법원에서 입국규제강화 행정명령의 시행을 잠정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고, 앞서 뉴욕과 버지니아 등 4개 주 연방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공항에 억류된 7개국 국민들의 본국 송환을 금지한다고 결정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행정부 내부에서의 반발도 불거졌다.

수도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 법무장관들은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도 불리는 이번 행정명령이 "위헌이고 불법적"이라는 성명을 냈고, 국무부 직원과 외교관 약 1천 명이 입국규제강화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무장관 대행이었던 샐리 예이츠의 즉각 해임이다. 지난달 30일 예이츠가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된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말도록 지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심야에 예이츠를 "배신자"라고 지칭하며 전격으로 경질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사직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자신이 지명한 연방대법관 후보자 닐 고서치의 인준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 옵션'(nuclear option) 도입을 주장했다. 핵 옵션은 연방대법관 인준에 필요한 상원의 의결정족수를 현행 3분의 2(60석) 이상에서 과반(51석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뜻한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거부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오린 해치(공화·유타) 재무위원장은 "그들(민주당 의원들)이 단지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야당을 비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력행사'에도 나섰다.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재무위원회에서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와 프라이스 보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각각 '다수의 힘'으로 처리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인준안 처리를 위해 각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적어도 1명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먼저 없앴다.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인준안 처리를 막지는 못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목청을 높였다.

인터넷매체 PJ미디어의 공동창업자 로저 사이먼은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을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고, 트럼프 지지자 수백 명이 찬성 댓글로 지지 의사를 표했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의 이민규제 행정명령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발표에서는 지지 비율이 49%로 반대 비율 41%를 앞섰고, 다른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은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설문에서 지지 응답자가 57%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진영의 이런 '강공'에 민주당은 대응 전술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황을 타개할 명쾌한 방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풀이했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난항을 겪고 있으나 이는 공화당 의원 2명이 반대 입장을 보인 때문이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소수당이라는 점 때문에 결국 공화당에서 나올 '이탈표'를 바라봐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새로운 이민 정책은 미국 전역의 시위와 비난, 동맹국의 반대를 불러왔을지도 모르지만 미국 내에선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 편에 섰다"며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이 트럼프를 뽑은 주요한 이유였다고 말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smi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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