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검증' 입국심사 허용도 시사…"美종교자유 보장" 의지 강조
"종교적 신념 따라 서비스 거부 가능" 행정명령도 준비
애틀랜틱 "종교적 국수주의 비전 선포"·'차별 정당화' 우려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의 '종교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종교 검증' 입국심사와 종교단체의 정치활동 허용 등의 방침을 시사했다.
이는 '종교 국수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종교 자유를 명목으로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연설에서 "미국에서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은 종교 및 개인의 자유라는 우리의 가치들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만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신념과 가치를 믿고, 충실히 따를 수 있는 외국인에 한해서만 미국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이민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관대함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사람들, 폭력을 퍼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편협성이 미국에 퍼지게 하는 교두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은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 잡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적 국수주의 비전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앞으로 목사가 교회에서 (선거)후보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허용하는 등 교회 내 정치적 표현의 한계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면세 혜택을 받는 교회 등 종교시설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1954년의 이른바 '존슨 수정헌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도 존슨 수정헌법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존슨 수정헌법을 완전히 없애고 파괴해서 우리 신념의 대리인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존슨 수정헌법 폐지는 보수 종교계에 '큰 승리'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향한 제스처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표현했다.
트럼프 정부가 개인이나 기관 등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특정인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잠재적인 종교 자유 침해를 막기 위해" 기관이나 개인으로 하여금 "그들의 양심에 반하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행정명령에는 기독교가 특정되지는 않았으나, 낙태나 동성애, 동성결혼, 성전환에 대한 반대 등 일반적인 보수 기독교도의 시각이 보호가 필요한 종교적 신념으로 명시돼 있다.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가령 가게 직원이 종교 신념에 반한다며 동성애 고객에 응대하지 않는 행위도 허용되는 것이어서,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당장 "차별 허용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소수자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이 행정명령이 "마치 반(反)평등주의자의 위시리스트 같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여러 가지 구상들이 있지만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발표도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행정명령이 당장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최근 2∼3년간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국민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살 수 없도록 해왔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사람들은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종교활동을 하고 신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이것이 '정치적 올바름'을 이유로 반대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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