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보수장 해임 놓고 다양한 관측…태영호 탈북 책임추궁설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 김정은 집권 초기 숙청 정국을 주도했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하루아침에 숙청 대상으로 전락한 것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북한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은 지난달 해임조치되면서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 조치되고 현재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가벼운 처벌에 해당하는 혁명화 교육에 그칠 수 있지만, 공개처형이라는 극단적 조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김원홍 해임 배경에 대해 "최근 민심 이반이 심해지자 김원홍과 국가보위성에 그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조작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몸을 낮추며 자아 비판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 대대적인 숙청과 물갈이를 동반하는 '정풍운동'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달 '2017년 김정은 신년사 특징과 전망' 자료를 통해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례적인 자아비판을 통해 당·정·군 내부의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예고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올인할 것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정은이 만성적인 경제난과 무리한 동원체제로 인한 민심의 동요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고조되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자신이 먼저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간부들의 책임성 자아비판을 유도하면서 주민들의 지탄을 받던 김원홍 보위상을 도마 위에 올려 대대적인 숙청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것이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권력 암투로 낙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룡해 부위원장이 직접 낭독한 당 조직지도부 검열 총화 보고서에 국가보위성이 극단적인 전횡과 권력남용으로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를 훼손시키고, 체제 보위보다는 조직 이익과 득세를 행세하는 등 조직 사상적 과오를 저질렀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김원홍이 중앙당 고위층 저택과 아파트에 CCTV를 설치해 당과 내각의 책임일꾼들에 대한 사상동향과 동태를 살폈다는 대목은 권력 암투설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김원홍이 한때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갈등설이 제기됐으나 최근에는 사실상 2인자로 부상한 최룡해와 권력투쟁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막강해진 최룡해와의 암투에서 희생된 결과 좌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비롯한 북한 고위층과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수학영재 등의 탈북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 보위성의 외화벌이 기관 독식 등이 김원홍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에서는 김원홍과 국가보위성에 대한 힘빼기를 놓고 '올 것이 왔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알려왔다"면서 "김정은이 당 위에 (어떤 권력기관도) 군림하지 못하도록 해 자신의 1인독재 체제가 잘 작동되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kh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