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등급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보전관리계획 수립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과거 물이 귀하던 제주에서 생명수 역할을 해왔으며, 제주인의 물 이용 역사를 오롯이 담은 용천수는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위기에 놓였다.
상수도 개발로 물 문제가 해결된 이후 택지개발, 건축물 공사, 해안 매립, 과도한 관정 개발, 해안도로 개설, 관광지·유원지 개발, 생활환경 개선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이 제주섬 곳곳에서 부지불식간에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여러 용천수가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5일 제주도가 제주발전연구원에 용역 의뢰해 마련한 '제주특별자치도 용천수 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 총 1천25곳 중 현장조사에서 확인된 건 66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64곳은 개발사업이나 생활환경 정비사업으로 매립·멸실되거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곳이다. 제주인의 물 이용 문화 흔적이 남아있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도 있지만 현재 제주시 가락쿳물, 선반물, 종남이물, 오르코미물 등은 매립돼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현재 남아있는 661곳 중에서도 145곳은 용천수 원형이 훼손됐으며, 204곳은 용천수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 아예 없었다.
고갈되거나 용출량이 현저히 감소한 용천수도 227곳에 이르며, 질산성질소와 염소이온 농도가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용천수는 수질조사 대상 531곳 중 절반을 조금 넘는 255곳에 지나지 않았다.
부적절한 용천수 정비사업으로 인한 문제도 생겨났다.
2006∼2015년 10년간 용천수 80곳에 대한 정비가 이뤄졌으나 기본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대다수가 부적절하게 시공돼 용출량이 줄어들거나 이끼 등 녹조가 발생하고 물이 썩는 현상이 발생했고, 시설을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곳도 여럿 있었다.
무분별한 지하수 관정 개발과 지하수 함양량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개발사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용천수의 고갈 또는 수량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도시 면적 증가로 과거 빗물이 침투할 수 있었던 토지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는 등 용천수 상류지역 토지이용 변화도 용출량 감소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용천수 상류 농경지에서의 과다한 질소질 화학비료 사용, 축산폐수의 부적절한 처리, 중산간 하수처리 문제 등 여러 요인도 용천수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의 귀중한 수자원이자 물 문화유산인 용천수가 각종 개발사업으로 수난에 놓였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법 제도는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2014년 1월 용천수 활용 및 보전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으나 이마저도 위임 법령 없이 실행할 수 없는 규정이 포함돼있고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지하수는 관리를 위한 법 제도가 갖춰져 있다. 용천수도 지하수가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지상으로 솟아 나오는 물인 만큼 지하수 수준의 관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온 것이다.
제주도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역사 문화적 가치, 접근성, 용출량, 수질, 주민 이용도, 관리상태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해 보전·관리대상 용천수를 선정하고 등급별로 나눴다.
평가 결과 한라산국립공원에 있거나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용천수 등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1등급(보전대상)은 136곳, 보전가치가 비교적 높은 2등급(보전대상)은 158곳, 보전가치 보통인 3등급(관리대상)은 179곳, 보전가치가 낮지만 멸실·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4등급(현상유지)은 188곳이다.
도는 관리계획에 따라 용천수의 수량·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하고 마을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관리보호위원회 등을 구축해 용천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용천수의 가치를 발굴하고 다방면으로 활용한다.
용도별 수질 기준에 적합한 용천수를 선발해 대체수원으로 활용하고, 태풍·가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보조수원으로도 쓴다.
용출 수량이 풍부한 제주시 금산수원과 서귀포시 속골물은 히트펌프 등 신재생에너지 장치를 활용해 인근 김만덕기념관이나 서귀포여자고등학교 등 공공시설의 냉·난방에 사용한다.
서귀포시 솜반천∼걸매생태공원∼천지연, 예래생태공원 등의 용천수는 청정 이미지를 부각해 생태관광 탐방코스로 활용한다.
삼별초 역사를 간직한 항몽유적지 일대 소왕물∼구시물 구간에는 역사 안내판을 설치하고 족욕 시설 등 쉼터를 조성해 관광객을 겨냥한 역사문화 탐방코스로 조성한다. 올레길과 연계한 역사탐방길 조성사업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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