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SK인천석유화학-주민 '해묵은 갈등' 마침표 찍나

입력 2017-02-06 09:00  

[지역이슈] SK인천석유화학-주민 '해묵은 갈등' 마침표 찍나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 환경영향평가·공사 절차 두고 논란

불법 증축·나프타 누출로 갈등 증폭…최근 상생 협약 체결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해 말 SK인천석유화학(이하 SK화학)을 상대로 인천시 서구 주민들이 제기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기각됐다.





SK화학의 파라자일렌(PX) 공장으로 인해 환경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낸 지 약 2년 만이다.

인천 서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각종 공장이 밀집해 늘 분진과 악취 등 환경 오염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 지역이다.

수년째 끌어온 법적 공방은 마무리됐지만, 주민과 화학 공장 간의 지속적 상생 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서구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공장 증설"…불만 고조

갈등은 SK화학이 2013년 인천시 서구에 파라자일렌 공장을 증설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유해 물질인 파라자일렌을 생산하게 될 경우 지역 주민들에게 환경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파라자일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에서 추출한 원료로 페트병, 합성섬유, 필름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3급 발암 물질로 지정됐다.

SK화학은 2006년 공장 증설 허가를 받았지만 내부 사정으로 공사를 미뤄오다가 201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착수했다.

주민과 서구의회 측은 공청회 없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다며 주민이 참여한 협력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SK화학은 1990년 시행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공장 증설 허가를 받았으나 재협의가 아닌 변경 협의를 통해 착공했다.

재협의는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지만 변경협의는 시설 증설에 대한 승인만 받으면 된다.

SK화학 측이 환경영향평가 일부만 공개하자 자료 전부를 공개하라는 반발도 일었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은 "회사 측이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공장 증설 중단을 요구했다.

환경 오염과 공장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자 인천시도 나섰다.

인천시는 주민협의체에서 추천한 외부 전문가로 환경 위해성 검증단을 꾸리고 주민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 시설 불법 건축·나프타 유출 사고로 갈등 증폭

증설 공사가 진행되던 2013년 10월 파라자일렌 공장 내 일부 시설이 불법 건축된 사실이 드러나자 갈등은 증폭됐다.

당시 서구 감사 결과 SK화학은 공장 가열·여과기를 비롯한 생산 시설 20기를 신고 없이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와 서구는 시정명령과 함께 본격적 감사에 착수해 SK화학이 모두 54기의 시설을 무단 축조한 사실을 밝혀냈다.

주민들은 "공장 인근에 8개 학교가 밀집해 있고 가장 가까운 학교는 2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며 안전사고 위험성을 제기했다.

서구는 2014년 1월 막바지에 이르렀던 공장 증설 공사를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SK화학은 2주 동안 공사를 중단하고 미신고 생산 시설 신고, 이행강제금 납부 등을 이행했다.

파라자일렌 공장이 시험 운행을 시작한 2014년 7월에는 SK화학에서 나프타 유출 사고가 났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온 주민들은 파라자일렌 공장에서 유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나프타 저장 탱크가 과열되지 않도록 옆에 설치한 물탱크에 나프타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다.

3개월 동안 활동한 인천시 검증단이 환경 위해성 여부에 대해 뚜렷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주민들은 여전히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절차를 밟지 않고 공장을 증설하면 환경 오염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 피해대책위 활동·상생협약으로 '대화 무드'

공장 가동 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인천시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갈등 진화에 나섰다.

2014년 8월 인천시의회 산하 'SK화학 주민피해대책 특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특위는 8개월 동안 활동하며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시민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특위의 활동 끝에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도 통과됐다. 이 조례에 따르면 인천시는 5년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계획 이행상황과 사고 대응 체계를 세밀하게 점검하는 안전관리위원회도 별도로 꾸릴 수 있다.







SK화학은 지난해 1월 인근 주거 환경 개선과 교육 지원 사업에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주민과 대화 무드를 조성했다.

주민단체 중 하나인 주민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인재육성 등 4대 화합·상생 사업 협약을 맺었다.

주민들도 SK화학과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분위기다. 손배소를 제기했던 주민 543명은 항소하지 않기로 SK 측과 합의했다.

앞서 재판부는 주민들이 주장한 소음, 악취, 대기오염물질 피해가 수인 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지 않았고 공장 증설 과정에도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며 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2월에는 다른 주민 323명이 SK화학을 상대로 약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추가 소송을 냈으나 재판부의 화해권고 결정으로 종결됐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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