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중동 평화에 도움 안돼"
유엔대사는 "러 크림반도 반환 않으면 제재 해제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다방면에서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오바마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는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2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서안 정착촌 확장과 신축은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경고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정착촌이 "평화의 방해물이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고 현재 국경 너머로 기존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은 (중동 평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대한 미국의 열망은 50년간 바뀌지 않았다"며 중동 평화를 위한 미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성명에 앞서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도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백악관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신축 계획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방적 발표를 중단하도록 경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정부가 이전 정권보다 한층 두드러진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존 관측에서 벗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착촌 지지론자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지명하고, 취임 후 일찌감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스라엘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착촌에 꾸준히 반대해온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잠깐 면담한 것이 이 같은 이스라엘 비판과 관련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활동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며 오는 15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 때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취임 전 예상됐던 급격한 '친러 행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지 않으면 러시아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와 더 나은 관계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끔찍한 상황을 볼 때 러시아 행동에 분명하고 강한 규탄이 있어야 한다"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을 즉각 끝내라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기간부터 유독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온 트럼프지만,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란 문제에 있어서도 이란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추가 제재를 시사하면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역사적인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NYT는 "오바마 외교 정책과의 철저한 단절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몇몇 핵심 기조는 끌어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 정권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취임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첫 공식 방문지로 한국을 찾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두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강경파 측근들의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신문은 "두 장관이 입장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자문팀에 온건한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 있는 인물들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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