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시리아 보안·정보 관리 9명이 고문과 기타 인권유린 혐의로 국제 변호사들에 의해 스페인 법원에 제소됐다.
2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 관리들이 범죄혐의로 서방 법정에 피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체포 영장이 스페인 법원에서 발부되면 시리아 밖에서 이들을 검거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피소된 관리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고소장을 제출한 변호사들은 2013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고문 센터를 운영한 고위 관리들과 아사드 대통령의 친위 조직인 시리아 정보·보안 부대장들도 피소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다룰 마드리드 소재 스페인국립법원은 과거 중남미 지역의 국제적인 인권 침해 사건들을 관할했으며, 1998년 런던에 머물던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게 대표적 사례다.
법원은 모두 3천600쪽에 달하는 각종 증거를 넘겨 받았다. 변호사들은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시리아 정부 감옥과 군 병원 등에서 관리들이 자행한 고문, 학대, 처형 등 범죄행위를 입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그러나 이번에 가장 관심을 끄는 사건은 시리아에서 식료품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화물차 운전사로 일하다가 실종된 시리아 남성 압둘과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그의 누이 아말의 비극적 사연이라고 전했다.
아말은 19살에 약혼자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해 나중에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최소 한번은 시리아를 찾아 압둘과 가족들을 만났으며 메시징 앱인 왓츠앱으로 연락을 유지했다. 그러나 압둘이 43세이던 2013년 1월부터 연락이 두절됐고, 아말은 2015년 한 인권단체의 페이스북에서 압둘의 시신 사진을 발견했다. 압둘은 시리아 정보기관에서 고문을 받고 2013년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들은 아말이 스페인 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피해자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마드리드 법원이 이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말도 동생이 당한 범죄행위의 '간접적 피해자'이기 때문에 동생을 대신해서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95쪽의 소장에는 압둘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시리아 관리 9명의 이름이 적시됐다.
이번 소송을 이끄는 국제 인권변호사 알무데나 베르나베우는 압둘과 아말의 완전한 이름을 공개할 경우 시리아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시리아 내전과 관련된 형사범죄 소송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로선 스페인국립법원이 유일하게 시리아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경우 회원국이 아닌 시리아에 대한 관할권이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재판 관할권을 부여하려고 해도 러시아가 반대하고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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