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1년…재가동은 '안갯속'

입력 2017-02-05 05:00   수정 2017-02-05 09:13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1년…재가동은 '안갯속'

정부, 개성공단-북핵 연계…재가동 시 유엔제재 위반 소지도

"유엔제재 개성공단 막지 않아" 주장도…대선국면 쟁점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오는 10일이면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1년이 된다.

2013년 4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때는 165일 만에 남북 합의로 재가동됐지만, 이번에는 1년이 지났음에도 재개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북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이유를 내세운 만큼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재가동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게다가 개성공단 중단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을 옥죄는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21호를 각각 채택해 공단을 재가동하면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다만, 탄핵정국 이후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해 공단 재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교류 '올스톱'

우리 정부는 북한이 작년 초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까지 단행하자 그해 2월 10일 대북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폐쇄와 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이에 정부는 개성공단으로 공급하던 전력을 끊었고, 그 영향으로 공단 내 식수 공급도 중단됐다. 결국, 개성공단은 인력과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유령 공단'으로 남게 됐다.

북한은 작년 3월 10일 남북한 경협·교류 관련 기존의 모든 합의의 무효와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의 완전 청산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으나, 아직 청산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5일 "북측의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생산설비 반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공장 기계 소리가 멈춘 이후 남북교류도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 1년 동안 남과 북을 오가는 인력과 물자가 전혀 없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 남북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2008년 금강산관광 중단과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로 인한 일반물자 교역 및 위탁가공사업의 중단 이후 남북경협은 개성공단 하나만 남아 있었다"며 "개성공단 사업 중단으로 1988년 7·7 선언으로 막이 오른 후 2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남북경협은 '올스톱' 상태"라고 진단했다.



◇ 정부 "재가동 유엔제재로 제약" vs 기업측 "유엔제재가 막지 않아"

2004년 4월부터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간 개성공단은 북한의 1~3차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계속 가동됐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의 연계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지금도 정부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북한으로 흘러가는 외화자금을 규제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남중 통일부 정책실장은 지난달 4일 2017년 정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관련 질문에 "개성공단의 문을 닫은 시점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2270호와 2321호가 나왔는데 (안보리 대북제재가)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겠느냐. 많은 제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재가동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유창근 부회장은 "유엔 안보리 그 어떤 결의에도 개성공단을 중단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과거) 우리 정부는 북한이 여러 차례 핵실험을 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행될 때 개성공단 가동의 명분으로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협력사업'이고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함을 강조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 부회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 주민의 민생' 관련 내용은 대북제재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오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직접 개성공단 가동을 막고 있지 않기 때문에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북측과 공단 재가동과 관련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 북핵에 묶인 개성공단 재가동 '산 넘어 산'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강경 대응을 공언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개성공단 문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 추동을 위해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압박을 최대화하기로 합의했고, 한국 역시 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입장에서 개성공단을 통한 대북 현금 유입 지속이 사실상 어려워진 부분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당분간 북핵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크지 않은 채, 긴장 고조의 가능성이 크고, 북핵과 연동된 개성공단 문제의 변화 역시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핵 문제와 연동된 상태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대북 현금 유입이 유엔 결의안과 상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사회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기도 쉽지는 않다.

양문수 교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내려진 당시에도 또 그 이후에도 우리 사회 내에서는 그러한 결정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여부를 둘러싸고 토론이 전개되고 논란이 벌어지겠지만,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현재 강력한 대북제재·압박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와 같은 제재 국면에서 개성공단 재개 여부는 '북핵 문제와 남북경협의 연계론과 병행론', '남북관계가 국제사회의 종속변수라는 견해와 독립변수라는 견해' 등 근원적인 원칙 차원의 이슈와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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