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지마" "관광 자원일 뿐"…돌고래 수족관 사육 논란 격화

입력 2017-02-04 07:05  

"가두지마" "관광 자원일 뿐"…돌고래 수족관 사육 논란 격화

울산 남구 수입 추진으로 촉발…"관광산업에 필수, 잘 돌보겠다"

환경론자 "비인간 인격체여서 세계적으로 수족관 폐쇄 추세"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것은 사자를 동물원에 가두는 것보다 옳지 못한 일일까.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온 '돌고래 사육 찬반 논란'이 최근 국내에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울산시 남구가 수족관에 전시할 돌고래 2마리 수입을 추진하는 것이 계기가 됐다.

남구는 고래관광 활성화를 위해 돌고래 수족관 운영이 불가피하며, 생태적 환경에서 사육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생명의 특성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돌고래를 이윤의 도구로 악용하는 처사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돌고래 폐사나 수입 때마다 불거진 불투명한 행정, 돌고래 수출지가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높은 일본 '다이지'라는 점 등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 "관광 활용은 불가피…수족관, 바다처럼 꾸미겠다"

고래문화특구 장생포에서 돌고래 수족관을 운영하는 남구는 지난 1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에서 4∼5세 암컷 큰돌고래 2마리를 2월에 들여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남구와 일본 다이지의 돌고래 매매 계약 체결, 환경부의 수입 허가 등 제반 절차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돌고래 수송만 남은 단계에서 사업을 공개하면서 수입이 불가피한 당위성을 제시했다.

우선 고래관광지로 부상한 장생포의 '킬러콘텐츠'인 돌고래 수족관 운영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조치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던 장생포 경제와 주민의 명운이 고래관광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돌고래 수족관이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이 한해 45만 명을 끌어모으고, 그 유인 효과로 고래박물관 등 유료시설 이용객이 9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돌고래 전시가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남구는 설명했다.

남구는 수족관 배경에 바다 풍경의 벽화를 그리고 인공 바위 등을 설치해 돌고래들이 안락함을 느끼도록 하고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축소, 돌고래 건강검진과 혈액·호흡·배설물 검사 확대, 사육사 역량 강화 등도 약속했다.

또 현재 국내 8개 기관에 40마리의 돌고래가, 세계적으로는 63개국 340여 개 시설에 약 2천100마리의 고래류가 사육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비인간 인격체 이해해야…전 세계적으로 수족관 없애는 추세"

반대론자들은 돌고래의 생태적 특성을 강조한다. 돌고래는 지능지수가 80에 달하면서 무리 지어 사회생활을 하고, 넓은 영역에서 생활하며, 수족관에 갇혀서는 번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돌고래를 비롯해 코끼리, 오랑우탄 등은 수족관이나 동물원에 가둬서는 안 되는 '비인간 인격체'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 마리를 포획하더라도 그 개체가 속한 집단이 깨지고, 결국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근거다.

돌고래 보호 운동을 펼치는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돌고래 수명은 자연환경에서 30∼50년이지만, 수족관에서는 20년을 넘기지 못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의 1년 생존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총 6마리가 태어나 5마리가 죽어 생존율이 17%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으로 돌고래 수족관은 없어지고, 사육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5년마다 고래류 수조 규모 기준을 강화, 기준을 따르지 못하면 시설 폐쇄를 유도한다. 실제 영국에서는 1970년대 36곳의 돌고래 수족관이 있었으나 강화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수익성은 떨어져 결국 1993년 마지막 수족관이 문을 닫았다.

중남미 칠레와 코스타리카는 2005년 고래류의 수조 사육을 금지했고, 인도는 2013년 돌고래를 비인간 인격체로 지정해 돌고래 수족관을 모두 폐쇄했다.

전통적으로 돌고래 수족관이 많았던 미국도 2000년대 이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볼티모어 국립수족관은 수족관 돌고래를 2020년까지 바다에 조성한 보호구역으로 옮길 계획이며, 조지아 아쿠아리움도 영구적으로 돌고래와 벨루가(흰고래)를 들이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인 시월드(Sea World)도 범고래 쇼와 인공번식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했다.


◇ '왜 하필 다이지에서…' 일본 구입처 돌고래 포획·도살로 악명

이번 돌고래 수입 논란이 여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우선 수입 주체가 민간업체가 아닌 지자체라는 점이다.

남구가 추진하는 돌고래 2마리 수입에는 예산 2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예산 편성과 집행은 지자체 권한이자 업무지만, 그 사용처를 투명하게 알리고 평가받을 의무도 있다.

남구는 그러나 돌고래 수입이 확정될 때까지 관련 절차를 공개하지 않았다. 돌고래 수입허가를 내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진행 중인 허가 절차가 없다"는 거짓말로 언론 취재에 응했다.

또 다른 이유는 수출지가 '말 많고 탈 많은' 일본 다이지라는 점이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2015년 5월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다이지에서 '몰아가기 포획'이라는 무차별적 방법으로 잡은 돌고래를 JAZA 소속 수족관들이 사들이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포획법은 여러 척의 선박이 돌고래가 싫어하는 금속음으로 고래를 항만 안쪽으로 몰아 잡는 방식이다.

다이지에서는 매년 9월부터 다음 해 겨울까지 이런 방법으로 1천 마리 안팎의 돌고래를 포획하거나 도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JAZA는 "다이지에서 잡은 돌고래를 쓰지 않겠다"고 백기 투항했다.

그런데 남구가 다이지 돌고래를 들여오기로 하면서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더 고조되고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4일 "감옥에 벽화와 화분을 설치한다고 감옥이 아닐 수 없듯, 수족관 환경을 생태적으로 바꾸더라도 결코 바다가 될 수 없다"면서 "돈벌이를 위해 다이지 돌고래를 들여오는 것은 지자체의 책임을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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