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서민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시급"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 늘리는 것이 바람직"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환율 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이 저성장과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공급자 측에 의해 주도되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수년간 지속하던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마감되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이행해 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인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쁘면 수요 부족 등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것과 반대로 경기가 안 좋은데도 물가까지 뛰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 상승 요인을 수요자 측 요인과 공급자 측 요인, 대외 요인으로 구분했다.
수요 측 요인으로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2.7%)보다 낮은 2.3% 수준으로 예상되며, 디플레이션갭이 지속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여전히 낮다.
그러나 공급 측에서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점차 오르며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농산물 물가도 폭염과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9월 전년동기대비 12.8% 급등했으며 이후에도 설 수요 확대 등으로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또 축산물은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올해도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주요 전망 기관은 국제유가가 올해 말 50달러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수수, 소맥,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대체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외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1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으로 1,15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요국 물가 역시 오름세다. 해외물가의 상승은 교역재 부문을 통해 국내 물가에 전이된다.
미국은 임금 상승에 따른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근접해 가고 있다.
저물가가 이어지던 중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까지 확대되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내수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실물 부문의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며 "정책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어렵게 해 통화정책 역시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차단하고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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