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메인 주 케네벙크에 사는 돈 크리스먼(80) 할아버지는 선택받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는 올해로 51번째를 맞이하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모두 현장에서 관전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슈퍼볼 티켓을 어떻게든 구매해 현장에서 즐겼으니 '슈퍼볼의 슈퍼팬'이라고 부를 만 하다.
크리스먼은 1일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을 떠나 51번째 슈퍼볼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으로 향했다. 5일 열리는 슈퍼볼은 자신이 응원하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애틀랜타 팰컨스의 대결이다.
크리스먼은 '절대 슈퍼볼을 놓치지 말라'(Never Miss a Super Bowl) 클럽의 일원이다.
1967년 첫 슈퍼볼이 열린 이래 전 경기를 본 사람들만이 가입하는 클럽으로 미국 전체에서 크리스먼을 포함해 5명뿐이었다.
이 중 스탠리 휘터커(42회 연속), 보브 쿡(44회 연속) 두 명이 작고한 뒤 현재 멤버는 크리스먼, 톰 헨셀(피츠버그 스틸러스 팬), 래리 제이컵슨(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팬) 등 3명만 남았다.
'절대 슈퍼볼을 놓치지 말라' 회원들은 2010년 비자카드 광고에도 출연해 NFL 팬 사이에서 제법 유명인이 됐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뀐 사이 슈퍼볼 입장권 가격도 많이 올랐다.
초대 슈퍼볼에서 12달러(약 1만3천780원)를 낸 크리스먼은 지난해에는 2천500달러(287만 원)짜리 좌석에서 경기를 봤다.
콜로라도 주 덴버에 거주하던 1967년, 크리스먼은 친구인 휘터커, 부인 베벌리와 함께 첫 슈퍼볼을 보러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시엄으로 갔다.
이듬해 직업상 연고를 메인 주로 옮긴 뒤에도 그의 슈퍼볼 사랑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1998년 슈퍼볼 때 표를 구하지 못한 크리스먼은 티셔츠에 '절대 슈퍼볼을 놓치지 말라' 클럽의 회원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며 현장 주변에서 표를 구하고자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일행 중 결원이 생긴 한 단체를 운 좋게 만나 300달러를 주고 표를 구매해 연속 관전 기록을 이어갔다.
슈퍼볼의 산증인으로 NFL 사무국으로부터도 인정을 받다보니 크리스먼은 평소 접촉하기 어려운 유명인도 슈퍼볼 관련 행사에서 자주 보는 행운을 누렸다.
1981년 슈퍼볼 파티에서 메이저리그의 전설 조 디마지오를 만났고 1996년 슈퍼볼 기자회견에선 가장 좋아하는 가수 다이애나 로스를 만나 사인을 받기도 했다.
비싼 입장권과 이동 경비, 숙박료 등을 포함하면 슈퍼볼을 현장에서 관전하는 것은 거액이 들어가는 취미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먼은 지난 50년간 슈퍼볼 관전에 얼마나 썼는지 직접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매거진은 크리스먼의 얘기를 다루면서 그가 슈퍼볼 관전에 평생 5만 달러(5천740만 원) 이상을 족히 썼을 것으로 추산했다.
남편과 함께 28번 슈퍼볼을 동반 관전한 베벌리는 "남편은 다른 남자들처럼 평생 열심히 일했기에 이런 '사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크리스먼은 51번째 슈퍼볼 장도에 오르면서 CBS 방송 인터뷰에서 "초창기 대학 풋볼 같던 슈퍼볼이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원래 50회까지만 현장에서 보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하면서 내가 응원하는 뉴잉글랜드가 올라오면 연속 관전 기록을 이어가겠다고 조건을 달았다"면서 "내년에도 뉴잉글랜드가 슈퍼볼에 진출하면 또 현장에 날 보내달라고 부인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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