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美中 전선' 무역 이어 환율로 확대…中 초긴장

입력 2017-02-04 11:49  

트럼프發 '美中 전선' 무역 이어 환율로 확대…中 초긴장

中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 고조…3월 G20재무장관회의 주목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 경제질서의 불확실성이 무역에 이어 환율로 넓혀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반(反)이민과 보호무역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를 통째로 뒤흔든 데 이어 일본, 독일 등 미국의 우방도 싸잡아 환율 문제를 제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전선의 최중심에서 타깃이 된 중국은 초긴장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강한 달러 정책을 버리는 것으로 환율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전쟁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을 상대로 한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의 징벌관세 부과 등 방안을 제시하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 위협을 고조시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세여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면서 "강한 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약회사 임원과 간담회에서도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무역전쟁에서 쓸 수 있는 최강의 무기로 환율을 끄집어내어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에 공세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레흐트만 외환 애널리스트는 "고약한 환율전쟁이 닥칠 수 있다"며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미국과 세계 각국 간 환율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강세인 달러화 가치는 약세로 유도하되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경제강국의 통화 가치는 올림으로써 미국 수출기업에 이익을 주고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달러 약세 행보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국경세 부과 정책의 결과와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리 하드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외환스트래티지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를 원할지 모르나 그의 정책은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행정명령 서명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선언 등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세계시장 질서를 흔들려는데 중국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 중국은 환율전쟁 대비 방어태세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이 중국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은 아직 대(對) 중국에 대한 조치를 본격화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의 즉각적인 무역보복을 초래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미칠 파장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환율을 통해 무역이익을 보려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환율·무역전쟁에 대비한 방어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 번도 환율을 통해 무역 우위를 점하거나 무역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환율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에는 약간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환율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고 미국과 전면적인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를 끝내고 첫 개장한 3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거래일보다 0.05% 낮춘 달러당 6.855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소폭 절상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근 들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 각종 정책조치를 발표하거나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역외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 비난에 맞서 그 불만을 최대한 무마하는 한편 위안화의 완만한 절하를 용인하되 자본유출을 억제하는 '곡예'를 이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환율전쟁 위협에 반격 태세도 갖추고 있다. 친중국계 홍콩 대공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가 미국에 불리하다며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을 암시한 것이야말로 미국이 환율조작국임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미중 간 통상·환율전쟁의 윤곽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나친 강달러는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달러에 손을 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무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실제 (환율조작국으로)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 관찰국으로 지정돼 자유로운 처지가 아닌 한국도 미중 간 통상·환율전쟁의 와중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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