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불법조업에 韓 수산자원 씨마른다…연근해어업 44년만에 최악

입력 2017-02-06 06:11   수정 2017-02-06 10:15

[단독] 中 불법조업에 韓 수산자원 씨마른다…연근해어업 44년만에 최악

수산자원 고갈, 밥상물가 상승의 요인…정부 곧 '종합 대책' 발표예정

(서울=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어장 변화와 과도한 어획, 중국의 불법조업까지 겹치면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44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주요 식량자원으로 꼽히는 수산자원의 씨가 마르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밥상물가도 올라가고 있다.


◇ 수산물 생산량 40여 년 만에 최저…물가상승률은 최대

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2만3천t이다.

이는 전년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1972년(95만6천276t) 이후 4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생산량이 정점을 찍었던 1986년(173만t)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어선 1척당 생산량을 보면 근해 어업은 1972년 370.3t에서 지난해 251.6t으로 줄었고 연안 어업도 10.1t에서 6.2t으로 감소했다.

수십 년 사이 어업기술이 발전했는데도 어선 1척당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수산자원이 1972년의 62%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KMI는 분석했다.

고등어와 오징어, 갈치, 꽃게, 참조기 등 국민이 즐겨 먹는 어종이 잡히는 연근해의 생산량 감소는 곧바로 밥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신선어개(생선과 조개류)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로 지난 5년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1.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연근해어업의 생산량 감소가 어업인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밥상물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 "해괴한 신종어법으로 길목 막고 싹쓸이"…中불법어선 피해 1조원대

수산자원 급감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중국의 불법조업이다.

KMI에 따르면 중국의 불법 조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손실은 최소 10만t에서 최대 65만t으로 추정된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중국대사관에 전달한 항의문에서 중국의 불법조업이 수산업에 미치는 피해 규모가 연간 1조3천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서해 5도뿐만 아니라 남해와 동해 등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점차 조직화·흉포화되고 있다.

실제로 동해에서는 북한 수역에 진을 치고 있는 중국 어선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 지원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근해 어획량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남해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만 쪽에서 쿠로시오해류가 올라오면서 물고기들이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는데 중국 어선들이 양쯔 강 입구에서 길목을 막고 다 잡아들여 자원량 자체가 줄고 있다"며 "대형선망과 트롤을 합쳐놓은 '호망'이라는 신종어법을 사용해 어미와 새끼의 구분없이 마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선망은 그물로 커다랗게 어군을 둘러쳐 그물줄을 조이는 방식이고, 트롤은 어선이 바닷속에 그물을 넣고 끌고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어업 관련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으며, 해경의 검문검색에 불응하고 달아나던 중국어선에서 화재가 발생, 선원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0월에는 한국 해경 고속단정이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어선에 의해 침몰됐다. 12월에는 한국 해경이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처음으로 공용화기를 발포,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주요 어종이 잡히는 위치가 바뀌거나 이동 시기가 바뀌는 등의 어장 환경 변화도 수산 자원 고갈의 한 요인이다. 국내 어선들의 과도한 어획으로 '바닷속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어업 생산량을 떨어트리고 있다.






◇ 정부, 종합대책 곧 발표

정부는 연근해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종합 대책을 담은 '6대 혁신방안'(가칭)을 마련해 이르면 내주께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어린 물고기 남획을 막기 위해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업 중 그물 등에 새끼 물고기가 걸려 잡히곤 하는데, 이를 바다에 놔주는 대신 생사료로 내다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5년 기준으로 생사료로 사용된 새끼 물고기만 47만여t에 달한다.

배합사료 사용이 의무화되면 새끼 물고기들이 그물에 잡히더라도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비슷한 취지에서 유통업계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알 밴 생선'의 유통과 소비를 자제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추진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알 밴 생선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 많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대대적인 캠페인과 홍보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대책에는 우리 국민이 많이 섭취하는 대중성 어종을 '기후변화형', '지속가능형', '고갈형' 등으로 나눠 유형별로 수립한 맞춤형 자원관리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온난화 문제의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해수부는 보고 있다.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 역시 중국 중앙정부와의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일단 지난해 말 한중어업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만큼 올해는 불법 어선 단속이 과거보다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당국은 불법 어선이 쇠창살이나 철망 등을 설치한 경우 즉각 처벌할 수 있고, NLL 인근인 서해 특정해역 서쪽 외곽에 중국의 해경 함정을 상시 배치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여파로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은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불법 조업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치·외교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양국 수산당국 간 협상 채널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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