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가격 경쟁력, 외래 품종의 다양한 맛 등을 앞세워 수입 농축수산물, 가공식품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미 전체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곡물류, 소고기, 수산물의 절반 이상이 수입품이다. 품목에 따라서는 80% 이상 수입품이 점령해 국산을 거의 찾기 어렵다.
5일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48.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0년 55.6%와 비교해 6년 사이 7%포인트(P) 떨어졌다.
특히 사료용 곡물은 97% 이상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사료용까지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낮은 곡물 자급률은 국제 곡물 가격에 따라 국내 농축산물,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이 요동치는 원인 또는 핑계가 되고 이다.
축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을 37.7%로 추정했다. 쇠고기 자급률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36.3%)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한우 쇠고기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반면, 지난해 호주·미국산 등 해외 쇠고기 수입량은 2015년보다 21%나 늘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지난해 쇠고기 매출에서 수입품(미국·호주산)의 비중은 54.8%로 한우(45.2%)를 앞질렀다. 2013년만 해도 한우 비중이 59% 수준이었지만, 불과 3년 사이에 뒤집어졌다.
수산물도 거의 시장의 절반을 중국산 등에 내어준 상태다.
이마트에서 작년 수산물 매출 가운데 수입품의 비중은 49%로 집계됐다. 2010년 20%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6년 만에 2.5배까지 뛴 것이다.
특히 주꾸미의 경우 이마트(91%)와 롯데마트(80.5%)에서 모두 80~90%가 수입품이었다. '국민 생선'이라는 갈치(롯데마트 24%)와 고등어(롯데마트 35.1%)도 4분의1~3분의1이 외국산이었다.
과일류 역시 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등이 밀려들어 오면서 국산의 매출 비중이 두 마트에서 34~35%까지 높아졌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 오렌지 매출과 국산 감귤 매출의 비율은 2014년 '75대 25'에서 지난해 '67대 33'으로 바뀌어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농축수산식품 뿐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 맥주, 과자, 소스·양념류 매출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40%에 이르고 있다. 불과 3~4년 사이 10% 포인트(P) 안팎 급증한 것이다.
한 대형마트 식품 상품기획자(MD)는 "국산보다 싼 가격에다 해외 생활 경험자 증가와 더불어 수입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도 늘면서 농축수산, 가공식품 수입품을 많이 갖춰놓을 수밖에 없다"며 "불황 속 소비자에게 부담없는 가격에 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이점이 있으나, 국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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