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올해 성공회대를 졸업하는 이슬아(25·여)씨는 자신의 꿈을 회사 책상 위가 아니라 빈 공간에서 찾기로 했다. 웹툰을 그리고 글을 쓰는 '창작자'의 길이다.
이씨는 웹툰 작가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낙서처럼 그린 만화를 올렸는데 의외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유료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에 연재까지 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데뷔였으나 성적은 매우 좋았다. 지난해 9월 연재가 끝난 이씨의 웹툰 '숏컷'은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레진코믹스 성인개그 분야 7위에 올라있다.
'숏컷'은 동거하는 두 남녀와 친구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을 담백하면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포착한다. 동물의 왕국을 보다가 운 이유가 '걔네(동물)들은 돈 안 벌어도 되기 때문'이라거나, 불안한 표정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가던 여주인공과 친구가 배고팠는지 갑자기 닭강정을 키득거리며 사 먹는 식이다.
이씨는 "평소에 돌려 말해서 답답했던 것들을 웹툰으로 해소한 면도 있고, 그림 실력이 출중하지 않다 보니까 직설적이고 쉬운 대사를 쓴 게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숏컷'이 성공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제의가 와 다른 플랫폼에서도 웹툰을 연재했다. 지금도 두 작품을 연재 중이다.
이씨는 원래 소설가가 꿈이어서 글쓰기 훈련을 계속해왔다. 2014년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서 소설 '상인들'로 가작에 당선된 그는 이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수필을 연재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이씨는 카페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수상 경력을 앞세워 어린이들 상대로 글쓰기 과외를 뛰기도 했다. 여기에 만화 그리고 글 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딱 F학점을 면할 정도로만" 공부한 게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지식 이상의 것들을 대학 생활에서 배웠다. 이씨는 '긴 머리를 하고 싶다'는 간단한 이유로 대안학교를 선택해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이씨는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아 상식과 교양에 대해 보편적인 수준만큼 알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는데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귀동냥'은 했다"면서 "편협했을지도 모를 나의 시각이 대학 덕분에 균형 있게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 전공인 이씨는 한때 기자가 될 생각도 잠시 했으나 "그럴 깜냥은 안 되는 것 같아" 접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꿈꿨던 '창작자'가 되기로 했다.
꾸준히 웹툰을 내면서 언젠가는 소설가로 데뷔하는 게 목표다. 블로그를 열어 영화와 관련한 칼럼을 쓰고 있고, 올해 초에는 수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남들이 다들 가는 길은 아니어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단다. 그래도 이씨는 "해야 하는데 소심해서 못한 말들을 적고,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해버린 말들은 지워나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과정인 창작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지금은 웹툰 원고료로 생활에 문제는 없지만 언제 지갑 두께가 다시 얇아질지 모르는 게 작가다. 그래도 이씨는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어차피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정규직은 요즘 아무나 못 하잖아요. 다들 불안한 건 마찬가지죠.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불안감은 사라질 거라고 믿어요."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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