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관 범행에 '부패 낙인' 찍힌 사법당국 책임경감 의도 논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작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사업가가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살해된 사건의 배후에 한국인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의혹을 현지 수사당국이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한국인 지모(사망 당시 53세) 씨 납치·살해 사건에 한국 조폭이 연루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일간 인콰이어러 등 필리핀 언론이 4일 보도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서로 경쟁하는 한국인 범죄 조직들이 있다"며 "아직 이들의 연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언론은 현지 경찰관을 인용해 부유한 한국인을 상대로 돈을 뜯는 조직이 있고 사법당국 관계자와 정부 관료, 한국인 등이 조직원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온라인 도박업체와 여기에 관련된 한국인 사업가들로부터 상납을 받아왔으나 온라인 도박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던 지 씨가 상납을 거부하자 본보기로 삼아 경찰관을 동원, 납치·살해했다는 것이다.
비탈리아노 아기레 필리핀 법무장관은 지 씨 사건이 단순한 납치 범죄가 아닌 한국인 간의 사업 경쟁에서 비롯된 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무부는 경찰과 함께 한국 조폭이 지 씨 청부 살해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 씨 사건의 용의자로 7명이 기소됐으며 이중 주범으로 지목된 이사벨 경사는 이 사건 배후에 경찰 간부 2명이 있으며 자신은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현지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조폭 배후설에 대해 부패 낙인이 찍힌 사법당국이 책임을 덜려고 수사 초점을 한국 조폭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 사법당국의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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