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고영태 법원 출석 방침에 헌재 직원 보내 '출석요구' 검토
헌재엔 출석 안하고 법원 소환엔 응해…'이해관계 취사선택' 추정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핵심 증인' 고영태씨에게 닿을 수 있을까.
헌재가 6일 오후 서초동 형사 법정에서 고씨와의 '접선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 그에게 "탄핵심판에 나오라"는 증인 출석요구서를 손에 쥐여주기 위해서다.
그간 고씨의 주소로 수차례 우편과 사람을 보냈지만, 문이 닫혀있거나 이사하는 등의 사유로 번번이 전달에 실패했다. 이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법정에 직접 찾아가는 마지막 수단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추격전'을 애초 요구한 것은 탄핵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 측이다. 이에 헌재는 고씨의 출석이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 3일 접선 가능성을 타진했다. 법원은 "대신 전달해주는 것은 어렵지만, 헌재 직원이 알아서 전달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헌재는 6일 오전 헌법재판관 평의를 열고 법원에 직원을 보낼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헌재가 접선 작전을 벌인다면 '전술'은 4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헌재 직원이 법원 건물 앞에서 고씨를 기다리다가 그를 만나는 방법이다. 그러나 법원 출입구가 여러 개인 점을 고려하면 자칫 고씨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고씨가 법원 증인대기실에서 대기할 때 전달하는 방안이다. 다만 헌재 직원이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셋째는 법정 방청석에서 고씨를 기다리다가 전달하는 식이다. 하지만 고씨가 앉는 증인석은 방청석과 분리돼 있다. 헌재 직원의 손이 고씨에게 닿지 않을 뿐 아니라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 제지당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재판을 마친 고씨를 쫓아 나가는 방법이다. 이 경우 그를 함께 뒤쫓는 구름 같은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난관을 고려해야 한다.
헌재 직원이 가까스로 고씨와 대면하더라도 장애물은 여전하다. 고씨가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억지로 요구서를 고씨 주머니에 구겨 넣어도 소용이 없다. 요구서를 받았다는 '영수증'에 고씨가 서명을 해야 효력이 생긴다.
헌재의 소환 요구에 한 달 가까이 불응해온 고씨가 법원 재판에는 나가기로 마음먹은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헌재에서 고씨의 증인신문을 신청한 쪽은 그에게 '적대적'인 박 대통령 측이라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굳이 나가봐야 대통령 측이나 헌법재판관들의 질문 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충분한 심리'를 주장하는 대통령 측 요구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되면 재판 기간도 더 길어지게 된다. '신속한 결론'이 더뎌질 수도 있다. 별로 득이 될 게 없는 셈이다.
법원 상황은 이와 다르다.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쪽은 최씨를 기소한 검찰이다. 검찰의 질의에 충실히 답변하면 최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씨 재판은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과는 무관하게 돌아간다. 또 세간에 자신과 관련해 알려진 여러 소문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본인 입장을 주장할 공간으로 활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단 고씨는 같은 국가기관의 요청이지만 헌재의 소환은 불응하고 법원의 소환에는 응했다. 이런 점에서 그가 출석할 법정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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