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연방지법 '행정명령 중단' 결정에 법무부 항소
대법원까지 가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이 연방법원의 손에 달리게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향후 법적 절차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가로막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놓자 단 하루 만에 제9 연방항소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법무부는 항고장을 통해 "(시애틀 연방지법의 결정이)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고려해 내린 행정명령의 집행을 무산시키며 공익에 즉각적인 해를 끼쳤다"며 헌법상의 삼권 분립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항고 통보서에 항고장까지 연달아 제출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이상 결론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통상 연방항소법원에 항고장이 접수되면 첫 변론기일이 정해질 때까지 한 달 가까이 시일이 걸린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 항고 사건을 맡게 될 판사는 윌리엄 캔비, 리처드 클리프턴, 미셸 프리드랜드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프리드랜드 판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며 클리프턴 판사는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캔비 판사는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
다만 긴급한 사안에 한해 단독 판사가 사건을 맡거나 합의부가 사건을 맡더라도 3명의 판사가 전화로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명의 판사가 대면하기보다는 이메일, 콘퍼런스 콜을 통해서 함께 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연방항소법원이 시애틀 연방지법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제9 연방항소법원은 4일 시애틀 연방지법의 행정명령 집행중지 명령에 맞서 행정명령의 효력을 재개시켜달라는 법무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항고심 심리를 위해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만약 연방항소법원이 심리 끝에 법무부의 항고를 기각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재항고에 나서면서 연방대법원에 결정을 넘길 공산이 크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판사 4명과 진보 성향 판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트럼프가 지명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닐 고서치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보수 성향 판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따져보면 연방대법원의 결론이 날 때까지는 1년이 넘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의 취업허가증 신청을 허가해주는 내용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내렸을 당시에도 텍사스 등 주 정부가 반발하면서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당시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법은 2015년 2월 행정명령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며, 연방항소법원은 같은 해 11월 법무부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듬해 6월 연방대법원에서 찬성 4명, 반대 4명으로 재항고 역시 기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명령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 7대 대통령이자 1830년대 재임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이 법원의 판단을 따르지 않은 이후로 최근 200년간 미국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보스턴글로브는 "수백 년에 걸친 선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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