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기니로 망명한 감비아 자메와 적도기니 오비앙 '옆집'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장기간 철권통치를 했거나 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 미국 매릴랜드 주(州)의 포토맥 지역에 있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초호화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2년간 집권했다가 지난달 21일 적도기니로 망명한 감비아의 야흐야 자메 전 대통령과 37년간 장기집권하는 테오도로 오비앙 은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이 워싱턴DC 인근의 같은 지역에 있는 초호화 주택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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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같은 이들의 초호화 주택들은 워싱턴DC 도심에서 30여㎞ 떨어진 부유층 거주 지역인 메릴랜드 주 포토맥 카운티에 자리 잡고 있다. 두 독재자의 집 주소는 벤트크로스 드라이브 9908과 9909호로 바로 옆집이라고 WP는 전했다.
공교롭게도 자메 전 대통령은 '이웃사촌'인 오비앙이 대통령으로 있는 적도기니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벤트크로스 드라이브의 호화 맨션들은 그 안에 개인 도로와 잘 다듬어진 잔디밭과 테니스 코트,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고, 보안카메라 등이 달린 철문으로 보호받고 있다.
한 감비아 민주화운동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자메 전 대통령은 이 주택을 구입한 이후 단 두 차례 들렀고, 지금은 그의 부인이 살면서 한 달에 1번 정도 쇼핑을 위해 외출하고 그의 딸은 인근 버지니아 매클린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닌다.
자메의 집은 9천300㎡ 대지에 건평 820㎡로 욕실이 11개나 있고, 2000년에 260만 달러(약 29억8천만 원)를 주고 구입한 오비앙의 집은 좀 더 커서 건평이 860㎡에 달한다. 오비앙은 인근에 또 하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서 활동하는 적도기니 인권운동가인 투투 알리칸테는 자메나 오비앙 같은 독재자들이 맨 먼저 포토맥 같은 곳에 주택을 사는 까닭에 대해 "믿을지 모르지만, 워싱턴에는 독재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홍보회사들이 있다"며 "오비앙 같은 사람은 뉴욕 유엔 총회 참석 등 1년에 두 번 정도 미국에 오는데, 일례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후에는 홍보회사가 그를 워싱턴DC로 데려와 기업인들을 만나게 해주고 화려한 이벤트들을 열어 그들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해준다"고 개탄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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