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배출하고 맑은 공기 공급하는 급배기 팬만 켜놨어도"
경찰, 소방시설 조작 관리자·철거 작업자들 재조사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화재와 관련, 관리업체 관계자들이 스프링클러는 물론 연기를 배출하는 '급배기 팬'까지 꺼놓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6일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날 이 업체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전날 이 업체 일부 직원들로부터 "이달 1일 오전 10시께 수신기 제어를 통해 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을 작동정지 시켜놨고, 화재 직후인 4일 오전 11시 5분 다시 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오작동이 일어나면 입장객과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우려돼 소방시설을 조작했다는 설명이다.
작동 정지시킨 방재시설은 경보기, 스프링클러, 유도등뿐 아니라 연기를 배출하면서 공기를 공급하는 급배기 팬, 방화 셔터도 포함됐다.
유독성 연기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연기배출 시설만 켜놨어도 인명피해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방재시스템 전산 자료를 확보해 소방시설이 꺼진 시점과 다시 켜진 시점에 대한 근거도 확인했다.
한 직원은 5일 연합뉴스에 "옛 뽀로로파크 점포 내부 철제시설 철거과정에서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입주민과 방문객 혼란을 우려해 꺼놨다가 불이 난 뒤 스위치를 켰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경찰은 관리업체가 소방시설을 조작한 구체적 이유를 조사하는 한편, 관리업체의 어느 선까지 소방시설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소방시설 조작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소방 상황보고서에 불이 나고 20여 분이 지난 뒤에야 대피방송이 이뤄졌다고 기록된 만큼 관리업체 측의 대응이 미흡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은 또 전날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기 전 조사한 화재 당시 작업자를 이날 다시 불렀다.
이 작업자를 상대로 합동감식에서 파악된 내용을 토대로 한 화재 원인 조사를 이어갔다.
불이 날 당시 현장에는 숨진 용접 전문가 정 모(50·사망) 씨와 보조업무자 1명, 관리업체 직원 1명 등 3명이 있었고, 보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업체 직원은 당시 천장에 달린 조명기구를 해체하던 중이어서 발화되는 과정을 목격하진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철거업체 소장 이 모(63·사망) 씨는 흡연구역에서 다른 작업자들과 함께 있다가 연기를 발견하곤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들어갔다가 끝내 숨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작업 현장에 있던 생존자와 흡연구역에 있던 작업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소화기 5대의 제조연도는 각각 1993년 1대, 2010년 1대, 2014년 2대, 2015년 1대로 확인됐다.
관련 법인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소화기의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제한한 규정은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규정 시행 1년 이내에 폐기하거나 성능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어 경찰은 소화기의 정상작동 여부 감정만 방재시험연구원에 의뢰했다.
한편 경찰은 합동감식을 통해 점포 중앙부 철제구조물 절단 작업 중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세한 합동감식 결과는 2주 정도 뒤에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진 시간대별 사실관계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추후 법률 검토와 함께 형사 입건자 범위를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오전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발생한 불로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66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는 상가건물 2동, 주거 건물 4개 동(1천266세대)으로 이뤄져 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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