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화재, 뽀로로파크 철거중 '발화'…충격완화제 불나면 '치명적'
키즈카페, 음식점으로 등록 가능…"방염처리 등 소방안전 강화해야"
(화성=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내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던 곳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어린이 보호를 위해 키즈카페 등에 많이 쓰이는 스티로폼 등 완충재의 화재 취약성이 새삼 큰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이 놀이시설 상당수는 인테리어나 놀이기구로 스티로폼이나 고무, 플라스틱 제품 등 석유화학제품을 많이 활용한다.
벽돌이나 유리 같은 불연성(불에 안 타는 재질) 또는 난연성(불에 잘 안 타는 재질) 자재와 비교해 아이들이 뛰어놀다 넘어져도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고, 놀이기구 등 모형으로 제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은 화재에 취약하므로 벽 마감재나 놀이시설 등 가연성 물질에는 '방염'(연소 확대를 막는 물질) 처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방염 처리를 하면 자재에 불이 붙더라도 타는 속도가 더뎌서 화재를 초기 진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양로원 등 노유자시설은 방염처리대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해 모든 가연성 물질에 방염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식당과 카페, 실내놀이터가 합쳐진 형태의 키즈카페는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주가 카페와 음식점 규모를 100㎡ 미만으로 하고, 나머지 규모의 실내놀이터를 자유업으로 등록하면 해당 놀이시설은 방염 등 소방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휴게음식점 등은 규모가 100㎡를 넘지 않으면 소방법이 적용되는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지 않게 되며, 자유업은 개별 사업체가 아닌 건물 자체에 소방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6일 "엄밀히 말하면 키즈카페는 사업시설로, 어린이 교육시설은 아니어서 모든 규제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사업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규제하는 것보다 어린이 이용 비율이 기준치를 넘으면 노유자시설에 준하는 엄격한 소방 기준을 적용하든지 지자체가 이들을 별도로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0명을 넘는 사상자를 낸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어린이 놀이시설 뽀로로 파크 인테리어 시설을 철거하는 공사 작업 중 발생했다.
당시 뽀로로 파크는 캐릭터 뽀로로(펭귄)가 사는 극지방을 연출하기 위한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제품이 많이 쌓여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품 등 겉면에 방염 처리가 잘 돼 있었을지라도, 장비로 철거하면서 밖으로 노출된 안쪽 면은 그렇지 않아서 삽시간에 유독물질을 내뿜으며 타들어 갔을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제품이 불에 탈 때 나오는 유독성 연기는 소량만 흡입해도 의식을 잃을 수 있는 데다가, 통로에 확산하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 대피가 힘들다.
또 불에 타면 탈수록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내뿜는데, 탄소가 많이 포함된 연기일수록 색깔이 까맣다.
놀이시설에 불이 난다면 실내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차게 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피난 통로를 찾으려 서로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같은 제품이 불에 타면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CO)가 많이 배출된다.
무색무취 기체인 일산화탄소는 농도가 높아지면 체내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기준치를 넘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1∼2분도 안 돼 질식해 사망할 확률이 높다.
성인과 비교해 폐활량이 부족한 어린아이들은 숨을 오래 참지도 못하고 들이마신 연기 한 모금에 그대로 질식할 수 있다.
소방 전문가는 방염 처리를 한 석유화학제품도 불에 타면 유독물질이 배출되지만, 연소 확대를 막는 게 우선 중요하기 때문에 방염 처리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가연물에 방염 처리를 하면 불에 붙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 초기 진압과 대피 시간을 버는 데 효과가 있다"면서 "단 준공검사를 받을 때 방염 성분이 검출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방염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얼굴에 선크림을 덧바르듯 정기적인 방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는 놀이시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어린이 등 고객 피해는 없었지만, 뽀로로 파크 같은 다양한 어린이 놀이시설이 전국적으로 널려 있는 만큼 화재 위험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위급 상황 때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데 건물·시설 관리자는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위험을 줄일 방법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면서 "형식적인 소방점검 외에도 자체적인 누전 차단기 등 전기 설비 점검을 통해 화재 요인을 애초에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아이들이 뛰어놀다 보면 먼지가 피어올라 콘센트에 먼지가 쌓이게 된다. 먼지도 주요 화재 원인이므로 놀이시설 내부를 꼼꼼히 청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오전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 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발생한 불로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전날 소방당국과 진행한 화재현장 합동감식에서 점포 중앙부 철제구조물 절단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 산소절단기 등 장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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