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싼커시대] '도깨비 마케팅·왕홍 초청'…치열한 싼커 유치전

입력 2017-02-07 05:01   수정 2017-02-07 07:35

[이제는 싼커시대] '도깨비 마케팅·왕홍 초청'…치열한 싼커 유치전

싼커 유치에 팔 걷어붙인 지자체·업계…SNS·파워블로거 적극 활용

정부도 싼커 유치에 225억 투입…'개별관광객 유치 특화정책' 추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정호 신민재 고성식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새로운 소비행태를 보이는 중국의 20∼30대를 적극 유치하는 다양한 대책과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유통업계가 중국인 싼커(散客·개별관광객) 잡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 관광체육국 공식 계정에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시리즈 3편을 올렸다.

설 전에 주인공인 공유가 웨이보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도깨비'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가보고 싶다고 호응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고, 발 빠르게 이미 다녀왔다며 도깨비 촬영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이용자도 있었다.

서울시는 '싼커'로 불리는 중국 개별관광객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과 SNS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올해는 '도깨비'가 싼커의 서울 방문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시내 주요 촬영지를 웨이보에 자세히 소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화동 벽화마을처럼 도깨비 촬영지에 싼커 방문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은 주요 고객군으로 떠오른 싼커를 잡기 위해 신라인터넷면세점 홈페이지, 중국 웨이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할인행사와 인근 맛집 18곳을 소개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즐기는 싼커를 위해 전국 주요 지역의 지하철 노선도와 매장이 안내된 지도를 제공하면서 판촉행사를 벌이는 유통업체도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왕홍(網紅)과 회원수가 3억명인 중국 현지 여행사 직원 3명을 초청해 팸투어를 마련했다.

여행 전문 파워블로거 왕홍은 부산어묵, 영화의전당, 광안리, 동부산롯데몰, 남포동,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감천문화마을, 관광택시 등을 둘러보고 생방송 플랫폼 이즈보에 1시간 30분짜리 방송을 4차례 했다.

황홍은 중국 온라인상에서 유명인사를 뜻하는 말로 팔로워가 수십만명이 넘고 SNS와 인터넷 생방송으로 상품을 홍보한다.

왕홍이 부산을 관광하는 이즈보 생방송에서만 450만명이 시청했고, 830만명이 해당 영상물에 '좋아요'를 클릭했다고 한다.

웨이보, 웨이신 등에도 이 영상을 올려 중국인 60만명이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와 SNS에 익숙하면서 상당한 소비능력을 갖춘 중국의 20∼30대가 인터넷 스타인 왕홍의 생중계와 후기를 보고 소비하는 경향을 보여 지자체와 업체들이 왕홍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도 왕홍 초청 팸투어를 마련하고 중화권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유치해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또 중국 유력 여행사 5곳과 협력, 싼커 유치 전담반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관광상품 개발을 벌이기로 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춘절 연휴 기간(1월 26일∼2월 5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산지역 할인 쿠폰책자 10만부를 배포하는 등 싼커 유치활동을 벌였다.


부산관광공사는 지난해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싼커를 유지하고자 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한 '부산 팔경(八景), 부산 팔락(八樂) 스탬프 투어 상품'을 만들어 중국 주요 5개 도시 온라인여행사를 통해 판매했다.

해운대해수욕장, 해운대 달맞이길, 동백섬 APEC누리마루, 영화의전당, 해동용궁사, 광안리해수욕장, 오륙도 스카이워크, 남포동 등 시티투어버스 코스에 있는 부산 명소를 찾아 스탬프를 찍어오면 부산 방문 기념품을 주는 상품이다.

부산관광공사는 또 바다를 접하기 어려운 중국 내륙지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름 체험 캠프 등 부산지역 해양 콘텐츠 연계 관광상품도 개발, 중국 현지 온·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해 여행객을 모집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 호텔과 면세점 등 관련 업계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랜드세일과 경품 마일리지 제공 등 유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싼커의 소비성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이들이 선호하는 것을 지역 관광상품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관광객은 무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부산 입장에서 비자문제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지난해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셰청여행사를 비롯해 중국 5대 온라인여행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본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한국을 찾는 싼커가 온라인여행사에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는 점을 고려해 5대 여행사에 인천 시내 주요 숙박시설을 등록했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개별 관광객들이 인천에 묵으며 소비하는 기간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셰청여행사의 경우 이전에 20개 숙박업소만 등록했던 것을 현재 230개로 늘려 중국인 싼커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해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K-POP 콘서트에 4천여명의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인천시는 올해 처음으로 3억원의 관련 정책 예산을 따로 편성해 싼커와 특수목적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하자 고부가 관광상품과 자유여행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홍성화 제주대 교수는 "특정 여행사 대신, 싼커를 유치하는 제주도 내 여행사에 합리적 가격의 송객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안은 SNS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여행사에 고전 중인 제주 여행업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관광공사, 서울, 경기도 등과 공동으로 팸투어 행사를 마련하는 등 여행을 즐기는 싼커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도 올해 해외 관광객 유치 정책의 초점을 고급 여행상품 개발과 단체 관광객과 구별되는 '개별 여행객'에 맞췄다.

상반기 중 연차별 개별관광객 유치 로드맵을 완성하고, 개별관광객 수요에 맞는 선택 상품(반일·1일·1박 2일 등) 개발과 유통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표준화 등을 통해 관광안내물을 '읽기 쉽게' 바꾸고, 한국 관광 관련 이미지 광고에 190억원을 사용한다.

중국 유명 음식점 홍보·평가 사이트를 통해 국내 유명 식당과 셰프 등을 소개하고, 중국 유명 온라인 오픈마켓(쇼핑사이트) 내 방한상품 전용관 등도 개설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과 비교해 개별관광객은 타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가 없고 1인당 객단가(구매액)까지 높아서 유통·관광업계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된다"며 "올해 모두 225억원을 들여 '개별관광객 특화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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