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존재 바이러스 발현이나 수입사료 원인 가능성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 못 해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공병설 기자 = 올들어 첫 구제역이 충북 보은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보은군과 방역당국은 마로면 관기리의 한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195마리의 젖소를 살처분했다고 6일 밝혔다. 전북 정읍의 한 한우 농장에서도 6마리의 소가 침을 흘리는 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전국 확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 전염병이다.
잠복기는 1∼2주 정도이며, 가축의 입술·잇몸·혀·코·유두·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형성되고 보행 불편·유량 감소·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앓거나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서는 수입 사료나 사람을 통해 외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바람(황사)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 이번 구제역의 원인은 무엇일까.
보은축협은 구제역 발생농장에 지난해 4월과 9월 차질없이 백신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보통 소 50마리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지자체에서 무료로 백신을 놔주지만, 그 이상이 되면 농장 스스로 자가접종하는 게 원칙이다.
이 농장에 꼬박꼬박 백신이 공급된 이상 일단 접종은 이뤄진 것으로 봐야한다.
충북도가 살처분 전 이 농장 소 21마리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낮은 수준이지만 항체 형성률 19%가 나왔다. 항체가 형성된 것은 백신접종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다만 도내 우제류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75.7%에 이르고, 소의 경우는 97.8%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농장의 백신 보관이나 접종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도 관계자는 "항체 형성이 덜 된 것은 냉장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상온에 뒀거나, 접종 부위를 잘못해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젖소가 백신을 자주 맞으면 착유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젖소 농장 등은 접종을 꺼린다는 얘기도 있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전염경로도 오리무중이다. 보은군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가 지난해 가을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뒤 이후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장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없다.
사람에 의해 외국에서 옮겨졌을 가능성이 없다면,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발현됐거나 수입 사료 등을 통해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통해 옮겨 다니던 바이러스가 가축 분변이나 쥐를 통해 면역력이 약하거나 항체 형성이 안 된 가축에게 전염돼 병으로 나타났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문상호 건국대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다는 건 바이러스가 상존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며 "국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통해 농가로 전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밝히는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계통이 밝혀져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발생 농가의 주민이 어디를 다녀왔다든가 하는 연결 고리나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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