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랑서 15~28일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나는 우리 항아리의 결점을 보지 못했다. (중략) 실로 조형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과장이 아니라 나로선 미에 대한 개안은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김환기 '항아리')
수화 김환기(1913~1974)는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실제 소장할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그 조형미를 자신의 예술 세계에도 녹여냈다.
달항아리부터 겸재 정선(1676~1759), 단원 김홍도(1745~1806?), 대향 이중섭(1916~1956), 미석 박수근(1914~1965), 김환기 등 다섯 거장의 작품까지 지난 300년간 우리 미술사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 전시된다.
15일 개막하는 기획전 '한국 미술사의 절정'에 출품된 미술품은 모두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다. 16점의 총 보험가액도 400억원에 달한다.
달항아리 두 점 중 한 점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2007년 3월 국내로 돌아오면서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유백색 표면에 균형 잡힌 몸매가 돋보인다.
'금강산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정선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박연폭도'도 볼 수 있다. 개성의 박연폭포를 담은 그림으로, 2005년 학고재 '조선후기 그림의 기(氣)와 세(勢)'전 이후 12년 만에 귀한 나들이를 했다.
노화랑과 함께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폭포의 소리감뿐 아니라 필묵에는 노경에 접어든 겸재의 인생들이 겹쌓여 그 깊이감이 무르익었다"면서 "한국미술사에서 회화 예술의 최고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임희지의 대나무 그림 아래에 김홍도가 호랑이를 그려 넣은 '죽하맹호도'도 전시된다. 표암 강세황이 노송을, 김홍도가 호랑이를 그린 '송하맹호도'와 비교되는 작품으로, "진짜 호랑이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는 조선 시대 서예가 황기천의 화평이 달려 있다.
이중섭이 담뱃갑 은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다섯 아이들', '여섯 아이들'과 유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 한 점, 박수근의 유화 '산동네', '독서하는 소녀', '여인', '초가집'도 관람객들을 맞는다.
봄의 향취를 뿜어내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에서 관람객이 이중섭의 대표작 1위로 꼽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달항아리 같기도 하고 두둥실 떠오르는 달 같기도 한 이미지를 그린 유화 '산월'과 점화인 1969~1974년작 '무제' 4점이 선보인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문화사업을 하면서 대중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도 줄 수 있는 명분 있는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면서 "다행히 개개인 콜렉터들의 뜻이 모여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문의는 ☎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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