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탄흔 감식이 결정적 계기…"소중한 기회, 반드시 진실 밝히자"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뭐 하고 있다가 왜 지금에야 5·18 진실규명이 핫이슈가 됐는지 궁금해요."
지난해 말부터 광주시민 최고의 이슈는 다른 지역과 다름없이 단연코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이다.
광주는 여기에 더해 5·18 민주화운동의 풀리지 않은 의혹이었던 계엄군의 헬기 공중사격 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헬기 공중사격은 민간인 증언만 있었지 당시 신군부 관계자와 국방부의 공식 부인, 이어진 김영삼 정부 당시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더 이상 5·18 당시 발포 명령자 규명이나 헬기 사격 여부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5·18 단체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당사자로서 자기 한을 스스로 푸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이것이 이어졌다"며 "관심도 유공자 보상 확대로 가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고 전했다
5·18이 국가기념일임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고 '님을위한행진곡 제창'과 같은 논란만 불러일으킨 채 발포와 관련한 진실규명은 모두의 시야에 사라졌다.
이처럼 무관심 속에 있던 5·18 계엄군 집단발포와 헬기 공중사격이 지역사회에서 갑자기 떠오른 계기는 전일빌딩 리모델링 사업 때문이었다.
1968년 준공된 전일빌딩은 4차례의 증·개축을 거쳤으며 현재의 10층 모습을 갖췄다.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앞에 있던 유일한 고층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노후화해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물의 보존과 철거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결국 논란 끝에 지난해 3월 리모델링으로 최종 결정하고 올해 초부터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역사적 현장도 보존하기 위해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5·18 당시 계엄군 총탄흔적을 한번 찾아보자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감식을 의뢰했다.
지난해 9월 22일 국과수의 첫 현장조사가 이뤄졌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2개월여 만에 국과수 감식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총탄흔적이 건물 곳곳에서 확인된 데다 헬기 난사로 추정되는 탄흔이 건물 내부에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지역사회에서는 5·18 도청 앞 계엄군 발포가 자위권 발동이라는 그동안의 신군부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며 다시 5·18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과거 김영삼 정부 때 이뤄졌던 검찰 조사 대상에서 전일빌딩이 제외됐다는 사실도 밝혀져 헬기 사격에 대한 당시 검찰 조사가 무성의하고 부실했음도 드러났다.
특히 탄핵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 분위기로 대권 주자들이 광주를 찾을 때마다 전일빌딩과 연계해 5·18을 언급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도 떠올랐다.
광주시와 5·18단체들은 이번 헬기 공중사격 탄흔을 계기로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5·18 진실규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광주시에 진실규명 지원단까지 꾸려 차기 정부에서도 이를 방치하지 않고 책임지고 밝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상치 못했지만 어렵게 잡은 소중한 기회"라며 "다시 없을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진실 규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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