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도드-프랭크법을 폐기하고 금융규제 완화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6대 은행들은 1천억 달러(115조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 소식에 힘입어 은행주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과 규제 완화, 탄탄한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은행들이 주주환원을 늘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은행들도 스스로도 지난 수년간 이익이 늘어나고 재무구조도 튼튼해진 덕분에 통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을 내심으로 바라는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규제들을 폐지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은행들은 향후의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완충수단으로 쌓아놓고 있는 자본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들은 쌓아놔야 하는 자본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당국은 금융시스템상의 대마(大馬)들이 장래에 있을지 모를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본금은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RBC캐피털마켓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6대 은행은 당국의 기준을 웃도는 1천15억7천만 달러의 자본금을 구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8개 대형은행이 쌓아놓은 자본금 규모를 1천2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잉여자본금을 보유한 은행은 씨티그룹으로 270억 달러에 이른다. JP모건과 웰스파고의 잉여자본금은 각각 200억 달러와 16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은행들의 자본금 요건은 도드-프랭크법에 명시돼 있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정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본금 요건을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해당 기관장을 지명함으로써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형은행들은 은행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잉여자본금을 줄여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은 은행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줄임으로써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골드만삭스는 대형은행들의 잉여자본금이 모두 자사주 매입에 투입된다면 은행들의 내년 EPS는 평균 13% 늘어날 수 있다고내다봤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환경과 부진한 매출 증가율, 트레이딩 업무의 둔화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던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해 역시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본금의 일부를 주주환원의 확대에 사용하는 것은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투자자들에게는 달갑지 못한 소식이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3일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축소하는 규제완화에 은행들이 자본금과 유동성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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