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판길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 'PLCγ1' 기전 규명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특정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가 기분이 들뜨는 조증(躁症·mania)과 유사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기전에 핵심 역할을 하는 '포스포리파제감마원'(PLCγ1)이라는 단백질에 관한 것으로, 조울증(躁鬱症) 원인 연구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조울증은 외적 자극이나 상황과 상관 없이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울증(鬱症)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으로,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라고도 한다.
9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서판길 울산과학기술대(UN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키로 하고 지난달 31일 이를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조울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과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는 추측이 우세하지만, 과학자들은 유전적 요인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전뇌(前腦)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PLCγ1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로 실험한 결과 활동성·식욕·쾌락적 활동이 과도하게 높아져 있고 기억과 학습 능력이 저하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조증과 유사한 증세다.
PLCγ1이 결핍된 흥분성 신경세포는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다른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시냅스(뉴런 접합부위)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PLCγ1이 결핍된 쥐에 조울증 치료 약물을 투입하면 조증과 유사한 이상 행동이 사라졌다.
연구책임자인 서판길 교수는 "조울증 발병에서 PLCγ1의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 개체 수준에서 그 역할을 검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PLCγ1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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