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싼커시대] "한국 여행 최고! 바가지만 없다면…"

입력 2017-02-07 05:01   수정 2017-02-07 06:46

[이제는 싼커시대] "한국 여행 최고! 바가지만 없다면…"

모바일 능숙한 20·30대 中 싼커 '개성 톡톡' 개별여행 선호

"중국어 안내시설 확충 절실…불친절·바가지 상혼 개선해야"




(영종도=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롯데월드에서 하루 온전히 다 놀고, 스키장에서 스키도 타고… 단체여행으로 왔다면 가능했을까요? 친구와 개별여행으로 와서 좋은 추억 만들고 갑니다"

6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 광저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씬양(26·여)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5박6일 간의 한국 여행이 너무 즐거웠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국 여행이 처음이라는 씬양씨는 저렴한 패키지 관광상품을 구매해 한국에 가 볼까도 생각해 봤다고 한다. 4박5일 단체여행 상품이 2천500위안(42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이드를 따라 원하지 않는 곳까지 이리저리 방문해야 하고 쇼핑 일정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단체여행 대신 개별여행을 하기로 친구와 뜻을 모았다.

패키지 비용보다는 훨씬 많은 7천위안(약 117만원)을 지출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고향 광저우에서는 볼 수 없는 눈을 맞으며 스키장에서 순백의 설원 위를 달릴 수 있었다. 명동·동대문·롯데월드·홍대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의 중심이 '싼커(散客·개별관광객)'로 이동하는 추세는 최근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

단체보다는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비중이 작년에 이미 70%에 이른다. 면세점 고객 중에서도 개별여행객 규모는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 젊은 세대의 모바일·인터넷 사용 숙련도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온라인 여행정보를 바탕으로 혼자 또는 2∼4명씩 개별적으로 이웃 나라 한국을 여행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싼커들은 중국 업체들이 제작한 스마트폰 여행 앱을 활용하며 한국에서 지하철 노선 정보, 길 찾기 정보, 관광정보를 손쉽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와 관광 당국의 관광객 유치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드 갈등'의 여파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규제 방침이 중국 관광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일반 배낭여행객과 달리 중국 개별여행객의 씀씀이가 매우 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싼커 유치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지난달 서울시 심층 인터뷰에 응한 싼커 15명이 쇼핑에 지출한 비용은 1인당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답했을 정도로 이들의 구매력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싼커'가 자유여행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우선 중국어 안내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주요 관광명소를 제외하고는 인천시·경기도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시의 주요 관광지·식당에서는 영어·중국어로 제작된 안내판이나 메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싼커들은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 중국어 안내가 부족하고 식당에 중문 메뉴판을 찾기 어려운 점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아울러 숙박·쇼핑·음식점·택시 등 관광과 관련한 각 분야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바가지 상혼도 싼커 유치 확대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근절돼야 할 대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최신통계인 '2015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를 보면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사람들의 관광불편신고는 총 526건으로 전체 53%를 차지했다.

중화권 관광객 비중이 높아서 불편신고 비중도 큰 것이지만 이들이 국내 여행지에서 당한 사례들은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한 중국인관광객은 동대문시장에서 1만원도 안 되는 거리를 가고 5만7천원 요금 결제를 요구받았다. 차량 번호 사진을 찍으니 기사는 소리를 지르며 3만원을 요구하다가 결국에는 7천원만 받고 물러섰다.

또 다른 관광객은 노점에서 볶음 우동을 먹었는데 2만원을 내야 했다. 볶음밥이 3천원으로 표시돼 있던 점을 기억한 그는 관광경찰과 동행 방문해 일부 금액을 환불받았다.

제주도에서 택시를 8시간 대절해 여행하는 데 9만원을 주기로 했지만, 실수로 90만원을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돈을 돌려달라는 중국인관광객의 전화를 받지 않은 운전기사는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인천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 김태후 부장은 "단체여행객과 달리 싼커는 숙박·음식·교통·쇼핑 계획을 직접 짜기 때문에 바가지 피해 가능성에 더 노출돼 있다"며 "업계에서 스스로 정찰제를 철저히 지켜 한국 관광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싼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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