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일 맡아하는 성격"…"늦둥이 왔어요" 입대 아들 '오열'
(오산·화성=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훈련소 가 있던 늦둥이 아들은 오늘에서야 아버지 소식을 듣고 빈소에 왔네요."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로 숨진 철거작업 현장소장 이모(63)씨의 늦둥이 아들(21)은 6일 경기도 오산장례문화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영정 속 아버지 얼굴을 마주하자 오열했다.
열흘 전 입대하는 자신을 눈물로 배웅하던 아버지를 이제는 사진으로 만나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북받치는 듯 했다.
이씨는 슬하 3녀 1남을 뒀다. 지난 4일 사고 소식을 들은 누나들은 논산훈련소에 있던 막내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곧바로 알리지 못했다.
훈련소 방침상 가족이 직접 가서 비보를 전달해야 하기에, 소식 전달이 늦어졌다고 가족은 전했다.
이씨는 메타폴리스 부속 4층짜리 상가건물에서 옛 뽀로로 파크 철거작업을 맡은 공사업체 현장소장이었다.
화재 당시 바깥 흡연구역에서 다른 작업자들 6∼7명과 담배를 피우던 중 연기를 발견하고 소화기를 들고 홀로 현장에 뛰어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큰딸(36)은 "아버지가 평소에도 남을 시키는 대신 자신이 궂은 일을 맡아 하는 성격이었다"면서 "불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졌을 텐데, 무슨 힘으로 불을 끄겠다는 거였는지 혼자 연기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를 상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흐느꼈다.
다른 유족도 "평소 사람 좋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던 고인이었다"면서 "가족들은 어쩌자고 그런 선택을 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작업현장 맞은편 두피관리실을 찾았다 숨진 강모(45)씨의 가족도 원통함에 가슴만 쳤다.
강씨는 두피 관리를 받으러 평소처럼 지난 토요일 오전 예약을 잡아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는 화재가 진압되고 나서 건물 안을 수색하던 소방관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강씨 누나는 "병원에 안치된 동생 모습을 확인했을 때 손등에 피멍이 들고 살갗이 다 까져있었다"면서 "얼마나 다급했는지 두피관리실 창문을 손으로 깬 것 같은데, 함께 있던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자신은 나중에 대피하려다 결국 일을 당한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뒀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발생한 불로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화재경보도 울리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 희생자 4명의 빈소는 현재 경기 오산장례문화원에 차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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