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 요구 거부하자 범행…완전범죄 노렸으나 증거 앞에 자백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 후 빈집의 아궁이에서 시신을 불에 태워 훼손한 50대 남편이 구속기소 됐다.
춘천지검 형사 2부는 남편 한모(53) 씨에게 살인과 사체손괴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고 6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달 2일 오후 3시께 춘천시 동산면의 공원묘지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김모(52)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아내를 넘어뜨려 머리를 옹벽에 부딪히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아내의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홍천군 내촌면의 빈집으로 이동한 한 씨는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부엌 아궁이에 불을 붙여 아내의 시신을 불태워 훼손했다.
한 씨는 경찰에서 "아내를 좋은 곳에 보내주려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그 위에 아내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올려놓은 뒤 등유를 부으며 3시간가량 태웠다"고 진술했다.
타고 남은 유골은 빈집 아궁이 옆에 묻거나 인근 계곡에 유기했다.
아내의 시신까지 불태운 한 씨는 오후 10시 40분께 자신의 차량에 묻은 아내의 혈흔을 지우고자 셀프세차장에서 세차용 압력분무기로 뒷좌석에 물을 쏘아대며 마지막까지 범행 흔적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아내의 시신을 불을 태워 훼손한 빈집 아궁이 주변 등에서 김 씨의 핸즈프리 등 소지품과 뼛조각을 다수 발견했다.
한 씨가 피운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도 찾아냈다.
불에 탄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경찰은 숨진 김 씨와의 DNA 일치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 한 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지난달 9일 경찰에 붙잡혔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자칫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시신 소훼 현장서 발견된 아내 김 씨의 소지품과 타고 남은 유골 등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 결국 한씨가 자백하면서 일단락됐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던 한 씨는 교통사고로 숨진 김 씨 오빠의 묘 이장 문제로 다투다가 아내가 재결합 요구를 거부하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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