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피해 1조5천억원 이상…정부지원 제대로 안됐다"
통일부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국가안보상 특단조치…기업에 충분히 지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은경 기자 = '남북 경제협력(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오는 10일로 1년이 되지만 공단 입주 기업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다.
업체들은 1조5천억 원이 넘는 피해액 가운데 '공단 가동 중단' 결정의 주체인 정부로부터 3분의 1도 채 보상받지 못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생산이 중단된 데 따른 막대한 금전 손실뿐 아니라 언제 다시 공장을 돌려 재기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장기 실업도 업주와 직원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국가안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며 피해 기어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 123곳 중 11곳 휴업에 36곳 '재하도급'으로 연명
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협회가 집계한 소속 회원사의 실제 피해액은 1조5천억원 이상이다.
비대위는 지난해 2월 10일 통일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발표한 뒤 이틀 만인 같은 달 12일 발족한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비상조직이다. 집계 피해액은 지난해 3~5월 진행한 120여 개 입주 기업에 대한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 이후 추가 신고된 피해 내용을 합산한 것이다.
대부분 단지에 버려두고 온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투자자산의 피해액이 5천936억 원에 이른다. 폐쇄 당시 섬유·피혁 한 조각이라도 더 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피해도 무려 2천452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공단 폐쇄로 납기 등을 지키지 못해 업체들이 물어낸 위약금이 1천484억 원, 개성 현지 미수금이 375억 원, 개성공단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3천147억 원, 거래처에 대한 영업권 상실에 따른 손해가 2천10억 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 상태다. 개성공단이 아닌 국내외 지역의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은 75곳(61%), '고육지책으로 '재하도급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는 곳이 36곳이다.
개성공단 공장 폐쇄로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자 받은 일감을 다시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뜻으로, '휴업'으로 분류는 되지 않지만 수지타산 등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연명하는 어려운 처지다.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 기업의 50% 안팎의 기업이 절반 이상 매출 감소를 겪었고, 앞으로도 기업들의 부채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부품 등을 납품했던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주요 거래처가 사실상 사라져 많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놓였지만, 입주 기업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 코가 석 자'인 입주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의 미수금을 챙겨줄 리도 만무하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불황에 국내에서 새 거래처를 뚫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업은 개성공단 폐쇄 한달 만에 정리했고, 지금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정부 "100% 지원 불가" vs 업체 "정부 정책 변경에 따른 피해"
하지만 이처럼 1조5천억 원을 웃도는 피해액 가운데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4천838억 원, 전체의 3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투자자산에 대해 3천589억 원, 유동자산에 대해 1천249억 원만 지원했을 뿐, 1년간 영업손실이나 위약금, 현지 미수금, 영업권 상실 피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부는 이런 비대위의 주장에 "7천779억원 중 5천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해 지난달까지 5천13억원을 지급했다"며 "별도 예비비까지 편성해 '보험 미가입 피해'도 일부 특별지원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했다는 5천13억원도 정부가 직접 사실관계 확인을 마친 피해액 7천860억 원과 비교하면 64% 수준이다.
정부의 실제 지원액이 업계 추산 실제 피해액은 물론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의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보험 원칙' 등을 내세워 지원 한도와 비율을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통일부 측은 개성공단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원에 남북경협보험금, 교역보험금 등이 사용되는데) 100% 지원은 보험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작년 연간 영업손실이나, 미수금, 위약금 등의 경우 보험 대상이 아니거나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상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이 사실상 국민 세금이라는 것도 정부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비대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일 뿐, 입주 기업의 과실 등이 전혀 없는데도 보상 비율이나 한도를 설정해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개성공단 기업과 협력업체의 도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추경(추가경정예산안)과 올해 예산안에 추가 지원 예산(3천억 원) 반영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은 국가안보상 '특단의 조치'였으니 어쩔 수 없고, 정부가 기업을 특별 지원하는 등 충분히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개성에만 생산시설이 있던 45개사 외 기업 상당수가 개성공단 중단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거나 되는 중인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의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지만, 이미 '개성공업지구 지원법' 등이 있으니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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