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난민 센터를 방문한 그리스 이민장관이 성난 난민들에게 둘러싸여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난민 한 명은 장관을 향해 "우리는 인간이지 짐승이 아니다"라는 절규를 쏟아냈다.
야니스 무잘라스 그리스 이민장관은 6일 아테네 인근 헬리니콘 난민 센터를 방문했다가 열악한 생활 환경에 항의하는 난민 수 십 명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을 포함해 난민 수 백 명을 수용하고 있는 이곳의 난민들은 무잘라스 장관이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장관이 도착하자 출입문을 봉쇄한 채 장관의 진입을 막았다.
그리스 방송들은 무잘라스 장관이 난민 센터 출입구의 철문 위에 걸터앉아 항의하는 앳된 모습의 난민 소년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화면에 잡아 보여줬다.
이들 중 한 명은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열악한 난민촌 상황에 분노를 표현했다.
난민들은 짧은 대치 끝에 결국 길을 터줘 무잘라스 장관은 진땀 끝에 난민 센터 내부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그리스에는 작년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맺은 난민송환 협정 이래 대다수 난민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지중해 중앙 루트를 택하며 유입 난민 수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서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탓에 여전히 약 6만 명의 난민이 그리스에 발이 묶여 있는 형편이다.
주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탈출한 이들 난민들은 수용 인원을 크게 초과한 열악한 난민촌 상황과 올 겨울 발칸반도 일대를 덮친 유례없는 혹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는 지난 달 말 모리아 난민촌의 난민 3명이 추위를 녹이기 위한 불을 피우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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