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옛 유고 연방의 일원인 발칸반도 국가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임박한 가운데 친 러시아 성향의 몬테네그로 야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나토 가입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몬테네그로 야당 민주전선의 안드리야 만디츠 대표는 6일 AP통신에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국민투표 추진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받았다"며 "나토 가입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나토가 비극적 결과와 많은 희생자를 초래한 우리나라에 대한 공습을 결정한 내달 24일에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토는 1990년대 말 옛 유고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가 자국에서 분리 독립하려던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학살하자 1999년 세르비아와 당시 세르비아에서 아직 분리 독립하지 않았던 몬테네그로를 3개월 동안 공습, 발칸 반도 내전을 끝냈다.
몬테네그로는 2006년 국민투표로 세르비아와 결별한 이후 사회민주당(DPS) 집권 아래 친서방 정책을 펴왔고, 지난 5월에는 나토 가입 신청을 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달 말 "몬테네그로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말해 몬테네그로를 나토의 29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하는 작업이 조만간 완료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국민투표 실시 계획을 밝히자 집권 DPS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DPS의 한 관계자는 "민주전선은 의회 내 다수당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소집할 수 없다"며 "민주전선은 몬테네그로의 헌법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 생각은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단지 다른 누군가의 이해만 충족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작년 10월 총선 때에도 러시아 군 정보기관 소속으로 알려진 러시아인 2명이 밀로 주카노비치 당시 총리를 암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몬테네그로 야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러시아는 그러나 자국이 주카노비치 전 총리 암살 계획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인구 65만 명에 군 병력이 수 천 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지중해 중부 지역의 해안선을 낀 전략적 요충지로 서방과 러시아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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