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대비 안하면 '노인지옥' 될 수도

입력 2017-02-07 10:43  

고령화 사회 대비 안하면 '노인지옥' 될 수도

'노인지옥'·'노년 예술 수업'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부문'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년 전보다 121만 명 늘었다. 전체 인구 중 비중도 11%에서 13.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0∼14세 유소년 인구는 97만 명 줄었다. 비중 역시 16.2%에서 13.9%로 줄었다. 이에 따라 유소년 인구 대비 고령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령지수는 68.0에서 95.1로 커졌다. 100을 넘으면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아지는 세상이 된다.

노령화 시대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사회의 대비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노인지옥'(율리시즈 펴냄)은 부족한 사회적 대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보도한 '보답 받지 못하는 나라, 부담이 커지기 전에' 기획기사를 묶은 이 책은 이미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 노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본에는 '숙박 데이 서비스'라는 게 있다. 돌봄 서비스 회사가 주택을 임대해 노인들을 돌보는 서비스다. 원래는 낮 동안만 돌봄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숙박자가 늘어나면서 온종일 돌봄 서비스가 이뤄진다.

이곳에 들어오는 노인들은 국가의 돌봄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특별양호 노인시설은 저렴하지만 50만 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다. 민간의 유료 서비스 시설은 턱없이 비싸다. 이런 탓에 충분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숙박 데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숙박 데이 서비스는 열악하기만 하다. 방 세 개를 터 만든 10평 남짓한 방 한 칸에 60대부터 100세에 이르는 남녀 10명이 섞여서 잔다. 다다미에는 오물을 토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야근 근무자는 1명뿐. 그런데도 한 달 자기부담금은 10만 엔(약 102만 원)에 이른다.

그나마 10만 엔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축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연금이 월 30만 엔이라도 병에 걸리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소개된다. 퇴직 후 월 30만 엔의 후생연금이 있던 노보루(80. 가명)씨 부부는 남편이 치매에 걸리면서 요양 시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하는 시설은 저렴했지만 입소 대기자가 600명이 넘었다. 민간의 쓸만한 시설은 보증금 1천200만 엔에 월 이용료가 21만엔, 보증금이 없는 곳은 월 이용료가 28만엔 수준이었다. 결국, 노보루 씨는 월 12만엔 정도의 시설을 구했다. 그러나 위에 관을 통해 영양을 넣는 '위루' 수술을 받은 뒤에는 그곳에 돌아갈 수 없었다. 위루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고령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문제 등 일본 사회보장체제의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파헤친다.

가족과 회사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지기 어려워졌지만 그것을 대신해 돌봐줄 사회적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은 탓에 현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나날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책이 던지는 경고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입시지옥, 통근지옥, 주택대출지옥…. 젊은 시절부터 온갖 고생을 해왔음에도 인생의 종반에서 또다시 '지옥'에 직면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을 우리는 취재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2025년의 문제'(1947∼1949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가 2025년이면 75세 이상의 고령이 된다)는 장차 10년 뒤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로 인지해주길 바란다."(프롤로그 중)

박재현 옮김. 264쪽. 1만5천원.






'노년 예술 수업'(서해문집 펴냄)은 '문제'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노인을 생각해보자며 '잘 노는 노년의 삶과 문화'에 눈을 돌린다.

복지관 등에서 이뤄지는 상투적인 교육프로그램 대신 '배움'에 초점을 맞추고 노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프레임 전환을 강조한다.

다양한 문화 경험을 통해 스스로 문화 생산의 주체로 거듭나는 노인들의 다양한 실제 모습을 담았다.

자신의 인생 이력을 만화로 그리는 시니어 만화 작가들, 평균 연령 79세인 칠곡의 늘배움학교 할머니들, 무용가 안은미가 운영하는 안은미 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할머니들, 손자뻘인 아이들에게 동화 구연을 해주며 '격대교육'(隔代敎育.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 대신 교육하는 것)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북북 봉사단'의 어르신들, 실버 세대 걸그룹을 자청하는 서울 동대문문화원 동아리 '왕언니 클럽' 등이 소개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과 협동조합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의 안태호 이사가 함께 썼다.

272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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