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400억원중 200억원 청구…네이버 "정상화하면 바로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한지훈 기자 = 네이버가 중소상공인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이 네이버를 상대로 약속된 출연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7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하 희망재단)은 '미지급된 출연금 400억원 중 일단 200억원을 달라'는 취지의 출연금 청구 이행 소송을 지난 3일 네이버 본사를 상대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냈다.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면하는 조건으로 운영키로 한 비영리기관으로, 애초 5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었지만 운영을 둘러싼 내홍 때문에 100억원만 지급하고 400억원은 계속 출연이 보류됐다.
이 재단은 현재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네이버가 3분의 1씩 이사 선임권을 나눠 갖고 공동 운영하고 있다.
희망재단은 소장에서 "네이버가 애초 500억원 출연을 완료하기로 약속한 기한인 작년 말이 이미 지났고 지급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정상적 재단 운영을 위해 기금 출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승재 희망재단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네이버 측을 제외한 이사진 다수가 찬성해 소송을 결정했다. 영세 상공인을 위한 지원 사업을 예산 부족으로 못 하게 돼 불가피하게 취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출연 보류는 2015년 희망재단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감사 결과로 인한 것이다.
당시 미래부는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측 간부들이 기금 100억원 중 일부를 부당 사용한 비리를 적발했다며 네이버에 출연 중단을 요청했다.
희망재단 측은 작년 10월 부당 사용 기금의 환원과 책임자 징계 등 미래부가 요구한 시정 사항의 이행을 완료해 출연 재개 요건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래부는 재단이 중장기발전방안 등 사업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출연 보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최 이사장은 "출연 중단의 빌미가 됐던 문제(비리)를 해결했는데 이와 무관한 사안을 거론하며 다시 지급을 미룰 근거를 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출연 기업에만 유리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네이버 측이 설립한 다른 공익재단)과의 협력 사업 등에 관해 1기 이사진의 오해가 커 사업 계획 논의가 제대로 안 됐다"며 "곧 2기 이사진이 구성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출연금 재개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 관계자는 "희망재단이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연계 운용만 제대로 되면 400억원을 바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검색 서비스 영향력을 남용해 중소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양사가 2014년 상생사업에 각각 기금 1천억원과 4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과징금 제재를 면했다.
기업이 이처럼 피해자 구제를 조건으로 정부 제재를 면하는 제도는 '동의의결제'라고 하며, 네이버와 다음은 국내에 도입된 동의의결제의 첫 결정 사례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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